사주의 비리의혹으로 촉발된 '매경과 '한경'의 진흙탕 싸움은 그동안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치부'를 언론사 스스로가 까발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 한국경제의 5일자 1면 보도 인터넷판 캡처

1일부터 불붙은 두 경제지의 싸움은 5일 한국경제 1면 <'폭주언론' 매일경제신문을 고발한다> 시리즈 기사로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두 경제지가 직접 써내려간 기사에는 '증권방송과 주가조작세력의 관계' '기업들에 대한 경제지의 무차별 보복' 등 '언론'의 정도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언론-자본'의 추악한 커넥션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매일경제는 자신들이 투자한 고양시 삼송지구 주택사업에 홍보성 기사를 남발한 뒤 사업이 여의치 않자 투자금을 돌려달라며 무차별로 압박했으며, 2011년에는 종편채널 자본금 마련을 위해 출자를 거절한 수많은 기업과 금융사를 돌아가면서 기사로 '맹폭'했다. 매경의 한 편집 간부는 금융권에 광고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다가 틀통나기도 했다.

'작전세력과 한국경제TV의 공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매경 역시 한경TV 전 PD의 수뢰 혐의는 단순히 직원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증권방송사' 차원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로의 치부를 들추며 '자기 얼굴에 침뱉기'를 하고 있는 두 경제지들이 자신들의 '속살'을 어디까지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미디어스>는 5일 양측을 인터뷰해 싸움의 경위 등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두 사람의 인터뷰 배치순서는 매체명 첫 글자의 한글 표기 순서에 따른 것임을 밝힌다.

"한경이 먼저 지저분한 요청…기자들 격앙돼 있다" - 매일경제 서양원 경제부장

- 한경의 <'폭주언론' 매경을 고발한다> 시리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기사다. 한경의 보도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한경은 언론으로서 존재가치가 없다. 언론의 기본역할은 진실을 보도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것은 비판하는 것 아닌가? '폭주언론' '거악'이라고 저희를 공격했는데, 들어보지도 못한 표현들이다."

- 편집간부의 협박성 이메일, 고양시 삼송지구 투자금 등 보도 내용이 매우 구체적인데?

"다 사실무근이다. '편집간부가 금융권에 광고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다가 들통났다'고 했는데 90년대에 있었던 일이다. 편집국도 광고에 관여하던 게 우리나라 언론의 관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청산됐다. 한경이 옛날 이야기까지 꺼내들어 공격하고 있다. 삼송지구 문제도 스토리가 다 있는데…명확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 2011년 종편 자본금 마련을 위해 출자를 꺼린 기업들을 돌아가며 '융단폭격'했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실렸다.

"그것도 무리하게 저희를 '조지기' 위해서 만들어낸 기사다. 기사에 거론된 모 그룹의 관계자가 어제 한경을 찾아가서 항의를 했다더라. 매경한테 그런 압박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가면 어떡하냐고. 그래서 가판 기사와 본판 기사의 내용이 조금 수정됐다. 해당 그룹 담당자가 황당해 하면서 우리쪽에 전화해줘서 알게 됐다. 그쪽도 한경한테 법적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경은 저희가 종편에 선정된 이후 주주명단이 공개되자 저희 주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온갖 협박을 가하고 기사로 압박하면서 힘들게 했다. 저희 주주들을 그렇게 매일 괴롭히고, 매경한테 지원한 만큼 해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이런 식으로…. 더럽다. "

- 매경도 후속보도를 준비하고 있나?

"현재 편집국 기자들, 데스크들 모두 난리가 났다. 왜 (한경에 대해) 융단폭격을 하지 않느냐고. 이번 기회에 주가조작의 더러운 커넥션을 파헤쳐서 국민들의 재산과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취재도 다 돼있다.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윗분들이 '점잖게 해라, 법정대응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해서 아직 후속보도는 결정되지 않았다."

- 한국경제는 '장대환 회장을 건드렸기 때문에 매경이 보복 보도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사건의 발단은 한경TV 전 PD의 조가주작사건이다. 그 직원이 법정 구속까지 됐고, 이는 저희만 보도한 게 아니라 조중동도 보도했다. 그런데 그 기사가 나가기 전에 한경 고위 간부가 저희 회사 간부에게 전화해서 '회사 이름은 빼달라'고 요청하더라. 안 된다고 했더니 나중에는 '이니셜로라도 바꿔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가 깨끗해지려면 주가조작사건 같은 건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언론으로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더니 '(한경TV라는) 이름을 안빼주면 매경 회장 얼굴과 사진을 다 보도할 거다'라고 협박을 해왔다. 언론으로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지저분한 요청을 한 것이다.

'맘대로 하라'면서 거부했더니 정말 다음날 저희 회장의 얼굴을 싣고 이름을 제목으로까지 악의적으로 뽑았다. 그런데, 장대환 회장과 관련해 당시 제기됐던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당시는 DJ시절 마지막이었는데, 여야 구도가 완전히 바뀌어서 누구든지 떨어뜨리려고 의혹을 뒤집어씌운 것에 불과하다. 한경도 다 근거없는 의혹이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보도한 것이다. 만약 한경이 계속 발뺌한다면 그쪽 고위 간부가 저희 간부에게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공개할 생각이 있다."

- 한경은 '매경이 직원 개인비리를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하던데?

"그게 어떻게 개인 비리인가. 한경TV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정보로 방송을 하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는데 그게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은 해당 언론사 아닌가. 그러한 사업 구조를 짠 조직 전체의 문제다. 개인비리에 불과하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머독의 <뉴스 오브 더 월드>도 기자의 도청 사실이 발각되는 바람에 결국 회사 문까지 닫았다. 한경TV 전 PD의 주가조작 사건은 그것보다 훨씬 중차대한 문제다. 그걸 뿌리뽑는 게 언론의 의무 아닌가?"

- '이전투구의 광고시장 문제때문에 벌어진 싸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매경과 한경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니까 한경이 저희를 무조건 베끼고 있다. 1등과 2등의 싸움이라고 볼 때, 2등이 1등의 발목을 잡고 싸우면 마치 둘이 비슷해 보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경의 전략, 매경이 한 만큼만 갚아주는 것" - 한국경제 김수찬 기획부장

- 오늘부터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폭주언론' 매일경제신문을 고발한다> 시리즈 보도에 나섰다.

"독자들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매경 고위관계자로부터 '사주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저희에 대해 보복 보도를 했던 것은 '장대환 회장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하더라. 그런데, 장대환 회장 관련 기사를 보면 특별히 장 회장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를 계기로 과거 낙마 사례를 다뤘을 뿐이다. 장대환 회장은 거기에 잠깐 언급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만약 '너희들은 깨끗하냐'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할 말 없다. 둘다 똑같다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경제업계쪽 이야기를 좀 들어봤으면 한다. 업계에서는 매경의 '패악질'에 대해 아주 이를 갈고 있다. 매경은 사주가 있다 보니까 오더를 내리면 물불 안가리고 달린다. 저희는 여러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서 개인 오너 운영 체제는 아니다. (매경과 비교했을 때) 좀 더 자유로운 차이는 있다."

- 매일경제의 주가조작 관련 보도가 '보복'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2일 한국경제TV의 전 PD가 수뢰혐의로 구속됐는데, 매경과 조선일보는 저희 회사 이름을 그대로 박아서 기사화했더라. 팩트 자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 문제삼을 순 없다. 회사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은 했지만 안 된다고 해서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연찮게 저희 쪽에서 장대환 회장 기사가 나갔다. 마치 한국경제가 이름을 빼줬다면 장대환 기사를 안썼을 것처럼 알려졌는데 절대 아니다. 장대환 회장 관련 기사는 원래 1판부터 포함돼 있었다."

- 해당 보도에는 '자본시장의 독버섯' '작전세력 갑 중의 갑'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보면 한경TV도 피해기관이다. 그런데 직원 개인 비리를 마치 회사 전체의 일인양 토요일자 지면에서 대대적으로 털었다. '독버섯' '숙주'라는 표현은 동종업계로서 해서는 안 될 말 아닌가. 한경TV를 마치 악의 소굴인 것처럼 매도했더라. 그래서 저희가 '사실과 다르다'고 매경 쪽에 이야기했는데, 개의치 않더라.

종편을 가지고 있는 거대 언론이 그렇게 보도하면 외부에서 볼 때는 진짜인 줄 알 것 아닌가. 도저히 생각할수도 없는 내용을 1면과 7면에 털어쓴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한경미디어그룹 구성원 천여 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해서 대응하게 됐다. 상대 언론사에 대해서조차 저렇게 터무니없이 악랄하게 보도하는 언론사라면 과연 기업들에게는 어떻게 하겠는가? 오늘 보도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저희들이 먼저 싸움을 건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해 봤는데, 사장도 그렇고 편집국장도 그렇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자고 하더라. 이전투구 해봤자 독자들에게 어떤 보탬이 되겠느냐고 했는데, 편집국 기자들의 분위기가 격앙됐다. 일방적으로 한경이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매경이 10대 때리면 그냥 맞고 있고 그랬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경TV를 '주가조작의 숙주'라고 하는데 2002년 MBN의 주가조작 사건에는 매경 기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주가조작 이런 것은 매경이 더 악랄하고 원조다. 한경TV 전 PD 사건은 물론 저희가 잘못한 것이지만 마치 자신들은 깨끗한 것처럼 그러면 되나."

- 매경은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하더라. 혹시 한경도 고려하고 있나?

"물론이다. 언론중재위를 비롯해서 필요한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다."

- '지면 사유화'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사유화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완전히 부끄러움이 없다고는 말씀 못드린다. 저희의 전략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딱 그만큼(매경이 한 만큼) 되받아치겠다는 것이다. 만약 매경이 확전을 원한다면 저희도 충분히 준비할 것이다."

- '이전투구의 광고시장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아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무 의도가 없었던 저희 기사에 매경이 사주를 건드렸다며 보복성 보도를 한 것이다. 저희들도 매경이 한국경제TV 전 직원의 개인비리를 침소봉대해서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보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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