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지 시장을 양분해온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지면에서 서로를 '자본시장의 독버섯' '폭주언론'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진흙탕 싸움'에 나섰다.

싸움의 시작은 <한국경제>의 1일자 4면 <장상ㆍ장대환 위장전입에 '발목'> 기사에서 비롯됐다.

<한국경제>는 김용준 총리 후보자 전격 사퇴를 계기로 과거 검증과정에서 낙마한 고위 공직자들의 사례를 다뤘는데, 이 가운데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이 포함된 것이다.

<한국경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로 발탁된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아들 이중국적 의혹 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이 부결됐다"며 "한 달 뒤 총리로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도 세금 탈루, 업무상 배임ㆍ횡령,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학력위조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 한국경제의 5일자 1면 보도 인터넷판 캡처

자사 회장의 실명과 사진이 <한국경제>에서 보도되자 <매일경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매일경제>는 한국경제TV의 전 PD가 수뢰 혐의로 구속되자 이를 계기로 2일 <주가조작 놀이터 증권방송>(1면) <손해본 개미들 소송 준비> <특정株 콕찍어 미리 사들인뒤 한경TV 출연 "이 종목 유망"> <방송심의위 "조사 끝나면 제재 고려">(7면)의 기사를 통해 '자본시장의 독버섯' '작전세력 갑 중의 갑' '시청자들이 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경제>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한국경제>는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폭주언론' 매일경제신문을 고발한다(1)> 시리즈 보도에 돌입했다.

5일 1면 <광고ㆍ협찬 안하면 무차별 '보복기사'> 6면 <주가조작 원조 MBN> <MBN에 출자한 저축은행 줄줄이 파산> <매일경제, 종편 출자 꺼린 기업들 돌아가며 '융단폭격'> 등을 통해 <매일경제>가 광고나 협찬을 거부하는 기업에 사소한 잘못을 트집잡는 보복성 기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구체적으로, "한 편집 간부가 금융권에 광고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다가 들통이 난 것은 아주 작은 사례"라며 <매일경제>가 투자한 고양시 삼송지구 주택사업에 홍보성 기사를 남발한 뒤 사업이 여의치 않자 투자금을 돌려 달라며 관련 업계를 무차별로 압박했다고 치부를 들췄다.

이어, <한국경제>는 <매일경제>가 한국경제TV PD의 주가조작으로 인한 구속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맞서 2002년 MBN '고수들의 투자여행' 주가조작사건을 거론하며 "주가조작의 원조는 MBN"라고 맞받았다. 또, <매일경제>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되기 앞서 자본금 마련을 위해 출자해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금융회사, 대기업, 중소기업을의 경영약점을 잡아 집중포화하는 '머니 저널리즘'을 선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경제>는 "매경미디어그룹이 2010년 말 자사 보도채널 MBN을 종합편성채널로 바꾸는 과정에서 부실 저축은행들의 출자를 대거 받았다. 겉으로는 '종편의 성공 가능성 때문에' 투자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며 MBN에 출자한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시리즈 기사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누가 더 나쁜 언론인지를 다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신문ㆍ방송업계의 부조리나 비리성 사건을 서로 눈감아온 관행도 있었다"면서도 "종편채널까지 확보한 매경의 '폭주'를 지금 제지하지 않는다면 장차 언론을 빙자한 '거악'(巨惡)이 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국내 유력 경제지 중 하나인 매일경제신문의 일탈과 파행을 보면서 더 이상은 그 횡포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매일경제신문의 숨겨진 이야기가 향후 한국 언론의 또 다른 발전을 기약하는 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매일경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영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두 유력 경제지의 이례적인 싸움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서로의 '치부'를 스스로 들춰내는 것이어서 이들의 '진흙탕 싸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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