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부자정부답다. 장-차관에다 청와대 막료들까지 대단한 재력가들이다. 그 탓인지 물가폭등으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진 서민가계를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국민의 반대를 아랑곳 않고 미국산 쇠고기 완전개방, 한반도 대운하 밀어붙이기에 진력하는 모습이 그것을 말한다.

연초에 1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오르내린다. 1년 전에 비해 2배, 2002년 이후 6배나 오른 것이다. 한국은 석유의 100%를 해외에 의존한다. 국제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수입추가부담이 연간 8억달러나 증가한다. 급격한 유가상승은 한국경제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제3의 오일쇼크라는 위기의식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 정부의 경제운용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인수위 시절에는 민생물가를 잡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통신료, 전기료는 아예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석유, 곡물을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며 고환율 정책을 견지했다. 무리한 환율정책이 물가불안을 더욱 부채질한 꼴이 다.

▲ 세계일보 6월10일자 16면.
환율상승은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개선에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수출현장에서는 그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해외구매자는 수출업자가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본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 까닭에 환율상승분만큼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수출업자는 환율상승에 비례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원자재 수입물가를 올려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가 더 크다.

고환율 정책에 따른 수입물가 추가상승은 물가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원유의 경우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유류가격뿐만 아니라 모든 석유관련제품의 가격인상을 압박한다. 합성고무, 합성섬유, 합성수지 등 석유를 원료로 하는 모든 제품의 값을 끌어올린다. 플라스틱, 의류, 제약, 안료, 도료, 용제, 접착제 등등 각종 생활용품의 값이 뛰는 것이다. 수송비, 교통비, 난방비에도 환율상승에 따른 추가부담이 그대로 전가된다.

식량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금년에 기상이변이 없더라도 국제 농산물가격의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비료, 살충제도 석유로 만드니 값이 뛰기 마련이다. 운송비, 영농비, 가공비도 석유 값의 영향을 받는다. 곡물을 연간 1,400t이나 수입하는 식량빈국에서 환율상승이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도록 방치했으니 식료품 값이 더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영농비도 그 영향을 받으니 농산물 값이 따라 오른다.

하반기에는 전기료를 인상하겠다고 한다. 전기료가 지난해 7.6%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5.5%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석 달 전에 전기료를 내리겠다던 호언이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제품생산에는 전기가 들어간다. 공산품은 물론이고 농산품, 서비스업까지 인상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국버스연합회가 요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선 30%의 감축도 불사한다며 벼르고 있다. 2년 전 버스요금 인상시에 비해 경유 값이 2배나 올랐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철도, 지하철도 가세할 기미다.

가정과 식당에서 취사용-연료용으로 쓰는 프로판가스에 이어 택시연료로 사용되는 부탄가스, 도시가스도 곧 가격을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도 환율상승분이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수출기업을 돕는다는 고환율 정책이 불붙은 물가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고환율 정책이 급등하는 수입물가에 충격파를 더해 연관파급영향을 일으킴으로써 물가상승이 서로 꼬리를 물면서 고물가 쓰나미를 몰고 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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