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뉴스1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정부통신부 차관 출신이다.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그는 관록을 자랑하는 3선 의원이다. 정통부를 떠난 지 오래된 그에게 때 아닌 수구지심이 발동된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행보가 드러나고 있다. 변 정책위의장이 방송정책의 독임제 부처 이관을 주도한 정통부 출신 관료의 ‘트로이 목마’ 쯤으로 설명되는 상황이다.

여야는 방송정책과 방송광고의 독임제 부처 이관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며칠 안 있으면 언론・방송의 근간인 방송정책과 방송광고가 권력과 정통부 관료 출신들에게 넘어가게 생겼다.

현재 국회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방송 언론계가 기댈 곳은 민주당 밖에 없다. 그런데 사단이 생겼다. 대여 협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변 정책위의장이 빈껍데기 방통위는 제쳐두고 방통위 강화로 선회했다는 소식이 제기되고 있다. 즉 방송정책 이관 등의 문제를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통위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설치에관한법’을 대폭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공당의 정책위의장이 우선 순위도 챙기지 못하는 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방통위 조직 강화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얘기로 정통부 관료 출신의 염원인 ICT 독임제 부처 부활 논리와 같다.

방통위 강화는 조직을 문제 삼아 ICT 독임제 부처 부활을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누가 정통부 출신 아니라고 할까봐 앞뒤 안 가리고 나서고 있다. 방통위의 정통부 출신들이 최시중 개가 된 게 문제지 방통위 조직이 문제인가. 정통부 출신 공무원들이 최시중 개 노릇에 시간을 빼앗겨 ICT진흥에 힘을 쏟지 못한 것은 아닌가.

또한 14일 정부조직법 국회 처리에 맞춰 방통위설치법 대폭 개정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3선의 관록으로 친절한 설명 부탁드린다. 방통위설치법 개정 논의에 변죽만 올리다가 그만둘 심산 아니신가. 새누리당과의 방통위설치법 대폭 개정 논의에서 민주당이 고함만 친다고 할 일 다 했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새누리당에게 정부조직법을 내어주고 의원 숫자에서 밀렸다며 국민에게 표를 구걸하는 행위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선거, 한 참 멀었다.

더구나 빈껍데기가 될 방통위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방통위와 방송의 공정성에 문제를 느낀다면 방송법 개정에 나서는 게 맞는 처사다. 그런데 그게 지금 무슨 소용이냐. 소 잃고 외양간 고쳐 보시라.

그런 그가 불행하게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구성된 여야 6인 협의체의 민주당 측 수장이라고 한다. 그의 행보를 잣대로 여야 6인 협의체를 분석해보면 여야 3대3의 구조가 아니라 4대2쯤 된다. 하나나마한 게임이다. ICT독임제 부처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차라리 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하시라. 적어도 민주당에서 지난 대선에서도 그랬지만 ICT독임제 부처 부활은 당론이 아니다.

제발 여야 6인협의체는 물론 민주당의 7인TFT에서 물러나시길 바란다. 여야 6인협의체에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이 포함돼 있는 것을 빌미 삼지 않으시길 바란다. 맡고 있는 자리가 무슨 소용이냐. 잘할 사람이 해야 한다.

수구지심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변 정책위의장의 수구지심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 큰 문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