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조건 전면 재협상과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보건의료인 5222명이 6월 항쟁 21주년을 기념해 8일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보건의료인 시국선언단은 8일 오후 2시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건강권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는 각성하라"며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전면 무효화하고 의료산업화·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할 때까지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은 선언한다"고 밝혔다.
약사인 최인순씨도 규탄 발언에서 "이번 촛불집회에서 겉으로 드러난 것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민주화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모여있다"며 "광우병 소를 수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보다 자본의 이익과 돈벌이 우선이라는 정권의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추진되는 잘못된 정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1987'이라는 팻말을 든 87년 6.10 항쟁 세대와 '2008' 팻말을 들고 제2의 6.10 항쟁을 만들어가겠다는 선후배 의료보건인들이 차례로 투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보건의료학생모임 '다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의대생 윤정원씨는 "촛불진료단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방패에 찍혀오는 시민들을 보면서 비애감을 느끼고 있다"며 "87년 선배들의 투쟁 열기를 기억하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회견 도중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나리오가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됐다"며 "겉으로는 안한다면서 뒤로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을 고발한다"는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긴급 성명이 발표됐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6월 3일 정부가 제주도에서 국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안을 구체적으로 논의, 허용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이를 추진하지 않을 것처럼 공식 발표하고 입법예고 때까지 국민의 귀와 눈을 숨기려 했다"면서 "87년 6월 항쟁으로 얻은 우리사회 최대의 민주적 성과물의 하나인 건강보험이 붕괴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꼼수와 사기로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정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보건의료인들은 살수차의 직격 살수, 하론 소화기 직접 분사, 방패 가격, 물리적 폭력 등 촛불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폭력적인 과잉 대응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위대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폭력적 진압방식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보건의료인들은 오후 3시 20분경부터 거리 행진에 나섰으나 경찰들의 저지로 봉쇄됐다. 경찰이 피켓을 든 행진은 불가하다며 인도 행진까지 가로막자 보건의료인들은 "평화시위, 인도행진 보장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0여 분간 대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