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고흥 부장검사)는 18일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회동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6일 오후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개봉 기념 시사회에 참석해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지난해 10월 13일 한겨레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등이 같은달 8일 만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을 팔아 부산, 경남지역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재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MBC는 곧바로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최성진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 최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기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직접 청취, 녹음 후 기사화한 사안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다만 치밀하게 사전 계획해 전문 도청 장비를 활용한 게 아니라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18일 오후 즉각 성명을 내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특종 보도한 기자를 사법 처리하는 검찰은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선 결과가 바뀌었더라면, 아니 대선이 안 끝났어도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지 검찰이 스스로 자문해 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타인의 대화를 보도하려면 공공의 이익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공의 이익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으면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도가 가능하다"며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 등의 대화 내용은 정수장학회 소유의 MBC, 부산일보 주식을 팔아 특정 대선후보를 위해 쓰자는 것이었다. 당시 이보다 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이 최근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을 무혐의 처리한 것을 거론하며 "도둑을 잡아달라고 신고했더니 도둑은 안 잡고 신고자를 처벌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 역시 18일 "박근혜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정수장학회의 장물처분 모의를 (기사로) 고발했다는 이유로 대선이 끝나자 마자 담당 기자를 기소하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진상하는 축하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 기자에 대한 탄압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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