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식품, 맛은 있다. 불량 식품이 맛까지 없다면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몸에는 안 좋은데 끊을 수 없는, 뭔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불량 식품의 힘이다. 예전과는 달리 그런 불량 식품도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세간에 종합편성채널이 대세인가 보다. 5,60대 안방을 장악한 종편에 출연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 종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MBC 등이 종편 대세론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종편 활용론, MBC는 종편 벤치마킹의 성격을 갖는다.

우선 MBC는 특보를 통해 “안광한 부사장은 특히 지상파 경쟁사들은 물론 종편과 케이블에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들의 성공 원인을 분석해 시청자들의 욕구를 파악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시청자의 욕구는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50년 넘는 방송사가 갓 1년 넘은 방송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봐야 할지 안쓰러운 일이다. 단 한 순간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MBC에게 종편은 등불쯤 되는 모양이다. 배우려는 자세,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존심은 버리지 말자.

지난해 조선 종편에 출연한 KAL기 김현희를 현재 MBC는 그대로 이어 받았다. 모르긴 몰라도 종편이 물꼬를 트고 MBC가 따라가는 일이 자주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 종편에 MBC라는 길동무 하나 생긴 셈이다.

종편 출연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에 한 가지 묻고 싶다. 대선 때 대학가만 돌아다닌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말이다. 대선의 패배 이유를 따져봐야 하는 게 우선일 텐데 엄한 탓만 해대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중동 기고 운동이라도 하자고 나올까봐 섬뜩해진다.

민주당이 투표율 함정에 빠져 5,60대를 포기한 것이지, 종편에 출연하지 않아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했으면 한다. 대선 전 증권가에는 민주당이 2,30대 가지고는 어렵다는 전망이 돌아다녔다. 민주당만 몰랐던 전망인 셈이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이게 불량 방송의 힘이다.

불량방송, 재미와 흥미가 있다. 불량방송에 재미와 흥미를 기대할 수 없다면 무슨 기대가 가능하겠는가. 문제는 재미와 흥미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과 여론을 왜곡해서 얻는 인기다. 혼동하지 말자.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나쁜 것만 따라하고 배운다. 그게 더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퇴치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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