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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특별대담, 실종자 가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황당한 긴급편성에 KAL기 실종자 가족 측 "MBC, 갈등 증폭시킬 것"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1.15 14:27

MBC가 <100분토론> 대신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긴급 편성한 것을 놓고, "집권 세력의 입맛에 맞춘 방송"이라는 비판과 함께 "KAL기 실종자 가족들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13일 TV조선에서 방송된 <특별한 초대 하이라이트-김현희 KAL기 폭파에 말하다> 캡처

MBC는 15일 저녁 11시 15분으로 예정된 <100분토론>을 취소하고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긴급히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여당 측 이사들이 2003년 11월 방송된 <PD수첩>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에 대해 '편파방송'이라며 방송경위 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뒤 MBC 측에서 결정한 것이다.

15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MBC 측은 2003년 <PD수첩>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에 대해 '몇몇 의혹 제기자들만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며, 김현희가 가짜인 것처럼 일방적인 방송을 했다. 공정성, 균형성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여당 측 이사들의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에, 당시 여당 측 이사들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방송을 내보냈으니,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MBC 측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 여당 측 "명백히 잘못된 방송"…MBC노조 "방문진, 권한남용"

여당 추천인 김광동 이사는 15일 "김현희는 분명한 테러리스트인데 마치 정부가 조작한 것처럼 방송이 나갔다.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편성을 요구한 건 아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야당 추천인 선동규 이사는 15일 "당시 3명의 야당 이사들은 '왜 10년 전 방송을 가지고 그러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소수 의견이라 묻혔다. 10년 전 방송을 '불공정방송'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그렇고 과연 (여당 이사들의 문제제기가) 옳은 것인가 의문을 가졌었는데 워낙 다수가 세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당시 난감했었다"고 전했다.

선동규 이사는 "(지난해 12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을 당시,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다루면 괜찮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여당 이사들이 반드시 독립 프로그램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이야기하더라"며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MBC 측에서 알아서 (특별대담으로) 처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15일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서 새로운 여당 이사들이 '100분 토론을 취소하고 김현희 특별대담을 긴급 편성한 게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으라'고 한다면 또 MBC는 후속방송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MBC는 김현희를 놓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용마 국장은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는데, 정작 MBC 구성원들은 전혀 들은 바도 없다. 지난번 PD수첩 사과방송처럼 국민들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MBC가 정권의 지시에 따라서 고개를 숙이고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추려는 것"이라며 "MBC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과 개입이 이제는 프로그램 편성으로까지 나타나고 있어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용마 국장은 "MBC에 대한 경영관리 감독 권한만을 가진 방문진이 개별 프로그램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며 "불법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KAL기 실종자 가족 측 "MBC,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KAL기 폭파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활동을 했던 측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AL 858기 실종자 가족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15일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도 없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텐데, 특별대담을 내보내려는 MBC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편성이 확정된 것인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진 국장은 "거의 10년 전 방송에 대해 '편파'라고 하면서 반론기회를 주는 게 과연 언론역사상 있었던 일인가. 정말 해괴한 일"이라며 "진실에 다가서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현희씨는 그동안 실종자 가족들이 제기했던 수많은 의혹에 대해 답하지 않고,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었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해서 그 의사를 존중했었는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보수언론과 호흡을 맞추며 갑자기 전면에 나서 실종자 가족들이 친북세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등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사건의 당사자로서 공식적인 토론이나 진실의 공방이 가능하지 않은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고 비판했다.

또, "본인 말대로 자신이 칼기 사건의 폭파범이라면 115명을 살해한 참혹한 사건의 가해자 아닌가. 아무리 법적으로 사면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렇게 활동하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매년 추모제를 지내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죄를 저지른 사람이 방송 출연을 통해 억울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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