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릴 만큼 가렸다고 생각했는데 예고가 나간 뒤 '더 가리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은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치면 해탈을 못하기 때문에 모든 욕망에서 초탈하기 위해 옷을 벗은 건데 우리는 우리 관습대로 억지로 모자이크를 입혀놨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나."

인도 자이나교 나체 수도승의 이야기를 다룬 MBC스페셜 <하늘을 입은 사람들>(6일 밤 9시55분) 최승호 PD의 말이다. 정말 온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털채와 물주전자만을 든 남자들을 방송에서 보게 됐으니 시청자들의 충격이 클 만도 하다.

▲ ⓒ최승호

최 PD는 지난 3월 방송된 MBC 특집 다큐멘터리 <갠지스>(연출 이우환)에서 자이나교 수도승들을 본 뒤 본격적으로 자이나교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냥 '웃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옷을 모두 벗었다는 것은 자기 존재를 다 드러낸 것 아닌가. 상당한 수준의 수행이 돼있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막상 가서 연구해보니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더라."

"자기 욕망 맘껏 채우고 이제와 후과에 벌벌 떨고 있다"

자이나교의 주된 철학은 '불살생'이다. 채식은 기본이고 해가 진 뒤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벌레가 있어도 발견하지 못하고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균이 죽을까봐 목욕을 하지 않고 머리카락 속 생명이 다칠까봐 머리를 깎지 않고 손으로 뽑는다.

미생물을 걸러내기 위해 수돗물을 헝겊에 걸러서 먹고 수행 중에 작은 발레라도 밟을까 늘 털채로 앞을 쓸며 다닌다. 물 속 생명을 해칠까봐 강도 건너지 않는다. 자이나교가 인도에만 머물러 있는 이유다.

최승호 PD는 "인간은 자기 욕망을 맘껏 채우고 이제와서 환경파괴, 기후변화 등 후과에 벌벌 떨고 있다"며 "자이나교 수도승들은 가장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이나교 수도승의 유행 모습(왼쪽)과 머리카락 뽑기. ⓒMBC
자이나교의 '지독한' 불살생 원칙은 비폭력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생명으로 인해 다른 생명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가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생명을 해칠 마음을 품는 것도 일종의 살생이기 때문에 업으로 남아 해탈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AI에 걸린 닭들을 살처분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자이나교 수도승들이 보면 아마 기절할 것"이라며 "사람이 살려고 다 죽이는 것 아닌가. 안 먹으면 되는 건데 굳이 먹으면서 또 자기들 몸에 해로울까봐 다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5년만의 현장 복귀…"살아있는 느낌"

이번 프로그램은 최 PD가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지난 2003년 1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끝으로 현장을 떠났다가 노조위원장, <PD수첩> CP(책임프로듀서), <W> CP 등을 거쳐 다시 현장으로 나왔다. 방송이 나간 뒤 이번에는 또 스웨덴으로 출장을 간다. 그곳의 재생에너지 생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사실 PD가 살맛 난다. CP는 성취감은 있지만 행복한 느낌은 별로 없는데 지금은 살아있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좀 더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다. 아비드 편집기술도 새로 배웠다."

▲ ⓒ최승호
한학수 PD와 함께 '황우석' 대척점의 상징처럼 보여온 그였지만 "이번에 나의 또다른 면을 발견한 것 같다"며 "PD로서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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