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천 교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공동대표인 유재천 한림대 교수가 KBS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KBS 이사회는 5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 1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금수 전 이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이사장에 유 교수를 결정했다. 이사장은 이사들의 호선을 통해 선출되며 유 이사장의 잔여 임기는 내년 8월 말까지다.

'공발연' 공동대표 의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정연주 KBS 사장의 연임 저지운동을 펼치고, 방만경영과 편파방송 등을 이유로 KBS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본격적인 방송구조 개편을 앞둔 시점에 KBS 이사장으로서 어떤 역할과 입장을 펼칠 지 주목된다.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성 가능할지는 의문이나 정파성으로부터는 독립돼 있어야"

KBS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들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유 교수의 친한나라당 성향과 공영방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을 이유로 KBS 이사 자격이 없다는 반대와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 같은 반발과 우려를 의식한 듯, 유 이사장은 임시 이사회가 끝난 직후 소감문을 내어 친한나라당 성향이라는 우려, 수신료 인상 반대와 KBS 2TV 민영화 입장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2TV 민영화 원칙은 가져본 적 없지만 다양한 논의는 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유 이사장은 이날 소감문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인 독립성이라는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혼자 많이 갖고 있지만 일단 정파성으로부터는 독립돼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소신"이라며 "저를 추천해준 측이 어디건 관계없이 일단 KBS 이사가 됐으면 KBS를 위해서만 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 경력은 KBS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시민운동을 통해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던 것은 수신료 인상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 KBS가 좀 더 경영을 개선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국민들이 반대없이 KBS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2TV 민영화 원칙은 가져본 적 없지만 다양한 논의는 해 볼 수 있어"

유 이사장은 아울러 "2TV를 분리해서 민영화시켜야겠다는 원칙을 가진 적이 없다"면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공적영역의 방송으로서 끝까지 성실하게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송구조 개편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는 임시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4일 "유 교수가 과연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KBS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4개 항목을 담은 공개 질의서를 냈다.

KBS본부는 △유 교수 본인이 스스로 정치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는가 △수신료 인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단체의 대표였던 만큼 수신료 이외에 KBS 재정적 독립을 위한 복안이 있는가 △유 교수가 말하는 KBS의 경영쇄신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구조 개편 과정에서 KBS 위상 약화와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막기 위한 어떤 대안이 있는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유재천 KBS 새 이사장이 5일 호선 직후 발표한 소감 전문이다.

저는 평생 공영방송을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제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KBS 이사장으로서 KBS를 국민이 신뢰하고 또 사랑하는 방송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여러 이사님들과 함께 그 일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

저는 항상 공영방송의 정치적인 독립성, 말하자면 정치적인 독립성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많이 혼자 가지고 있습니다만, 일단 정파성으로부터는 독립돼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제 평소의 사실상 소신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저를 추천해준 측이 어디건 관계없이 일단 KBS 이사가 됐으면 KBS 이사로서 KBS를 위해서만 일해야 된다, 항상 나를 추천해준 측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입장은 떠나서 순수한 입장에서 KBS를 위해서만 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KBS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

그리고, KBS의 재원이 되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 사람이 어떻게 KBS 이사가 될 수 있고 더구나 이사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민운동을 통해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던 것은 수신료 인상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 KBS가 좀더 경영을 개선하고 그리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해야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KBS가 ‘수신료를 좀 올려주십시오.’ 할 때 반대 없이 KBS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제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지 KBS의 주 재원인 수신료 인상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방송구조개편에 대해

그리고 민영화 문제 등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설들이 항간에 떠돌고 있고, 날이 갈수록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방송의 공적 영역이 자꾸 축소되고 있습니다. IPTV 등이 나오고, 또 유료화 된 방송들이 많이 생기면서 공적 영역의 방송은 자꾸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 속에서 방송의 공적 영역이 줄어드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또한, 2TV를 분리해서 민영화시켜야겠다는 원칙을 제가 가진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KBS라는 공영방송이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공적 영역의 방송으로서 끝까지 성실하게 남아 국민의 여러 가지 요구에 부응하고 편의를 도모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송구조 개편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치며

앞으로 제가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 여러 이사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각각 이사님들 사이에도 아이디어가 다를 수 있습니다만, 그런 시각 차이는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서로 합의해나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이사회가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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