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순전히 발상의 차이다. <아바타>가 3D 영상 혁명을 가져다 준 이후, 3D라는 영상 혁명의 놀라움에 우리나라와 독일이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우리나라 영화는 3D를 3년 전 모 영화를 통해 여배우의 노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여자의 육체가 3D라는 입체적 시각 구현 방식에 어디 들어맞던가.
3D라는 신기술을 여자의 나신이나 찍어댐으로 말초신경 자극에만 활용하는 한심한 발상만 하고 있었으니, 개봉 당시 평단은 혹평하고 관객은 등을 돌림으로 영화가 망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하지만 <잊혀진 꿈의 동굴>을 찍은 독일은 3D를 활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3D를 에로나 나신을 찍어대는 테크놀로지로 활용한 게 아니라 고대 문화유산 ‘쇼베 동굴 벽화’를 3D로 촬영한 것이다. 문화 예술을 접근하되 평면적인 2D의 접근이 아니라 3D라는 입체감 구현으로 고대 예술을 시각적으로 복원했다.
<잊혀진 꿈의 동굴> 속 쇼베 동굴의 벽화를 그린 이를 보면 옛 선인들도 오늘날의 현대인 못잖은 예술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의 다리는 네 개다. 하지만 어떤 동물의 다리는 여덟 개나 된다.
그린 이가 동물의 다리를 잘못 센 것이 아니라 다리가 움직이는 잔상을 표현하기 위해, 동물의 다리가 움직이는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덧칠한 것 마냥 다리를 여러 개로 그린 것이다. 코뿔소의 머리가 여러 개처럼 보이는 벽화 역시 코뿔소의 역동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화가의 창의적인 표현 방식이리라.
동굴 곰의 뼛조각과 함께 300여 점의 벽화들을 보노라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멸종 동물의 흔적을 그림으로나마 볼 수 있다. 가령, 동굴 벽화 속에는 갈기가 없는 사자의 그림이 있다. 암사자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쇼베 동굴의 화가는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수컷임을 상징하는 음낭까지 묘사한다.
갈기 없는 숫사자가 지금은 멸종되어 볼 수 없는 동굴 사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들소의 머리와 여자의 몸을 가진 벽화 속 그림은, 그리스 신화의 미노타우로스처럼 반인반우라는 신화적 상상력이 단지 그리스만이 고유한 발상지가 아님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발상의 차이다. 3D라는 그릇을 가지고 여자의 나신이나 담고 있을지, 아니면 문화유산을 담을지 하는 문제는 3D라는 그릇을 요강으로 만드느냐 신선로 그릇으로 만드느냐 하는 문제와도 같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