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살수 등 경찰의 과잉진압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1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두고 MBC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MBC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궜던 ‘군홧발 동영상’을 지상파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는 등 촛불집회 뉴스에 소극적이었다.

시위양상 '정리'에 그쳐…'과잉진압' 경찰 정면비판 안해

1일 <뉴스데스크> '청와대 행진 충돌'에서는 물대포와 소화기 사용 등을 언급했지만 현장 전달에 그쳤고 '물대포에 특공대'의 경우, 제목은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판하는 듯 했지만 리포트 내용은 달라진 시위양상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

▲ 6월1일 MBC <뉴스데스크>.
이어진 '강경대응 불가피' 역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시위대의 주장과 "불법시위엔 강경대응 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을 단순 나열했다.

전체적인 뉴스 배치 역시 쇠고기 정국에 대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먼저 보도되고 촛불집회 뉴스는 그 뒤로 밀렸다.

'팩트' 없는 정치권 반응 먼저 보도…KBS·SBS, 촛불집회 톱으로 5~6꼭지 보도

이날 MBC가 톱으로 보도한 '조만간 국정쇄신안 발표' '국민에게 항복해야' '장외투쟁 본격화' 등은 팩트보다는 전망과 주장을 다룬 것으로 기사가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기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 6월1일 MBC <뉴스데스크> 기사 리스트.
한편, 이날 KBS는 톱부터 다섯 번째 리포트까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시위 현장과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한 반발 여론을 보도한 뒤, SBS도 톱부터 여섯 번째 리포트까지 경찰의 강경진압 배경과 시민들의 분노를 보도한 뒤 정치권의 반응을 전달했다.

MBC는 지난 2일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와 <뉴스데스크>에서 하루 늦게 '군홧발 동영상'을 보도했고 3일에서야 '경찰청장 퇴진' '갈팡질팡 대응' 등으로 경찰을 정면 비판했다.

MBC노조 "신뢰 떨어질까 우려"…시청자게시판 "SBS보다 못하다"

MBC는 이날 새벽에만 해도 방송3사 가운데 제일 먼저 뉴스특보를 내보내는 등 촛불집회 현장을 발 빠르게 보도해왔기 때문에 안팎의 비판 여론은 더 따가웠다.

MBC 사내 보도 감시기구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 보도민실위원회는 민실위 회의를 거쳐 4일 오전 김성수 보도국장에게 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

보도민실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용 기자는 "큰 틀에서는 잘 하고 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간신히 쌓아놓은 시청자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기자들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도 "한 방송국의 뉴스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아이디 SURI83) "주말 뉴스데스크 책임자가 다른가 봅니다"(MAGELLAN21) "집나간 MBC를 찾습니다"(CAPSTON2) "주말뉴스 SBS보다 더 형편없었네요"(OKIJAKI) 등 비판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MBC 보도국장 "청와대 입장 변화 중요하다고 봤다…나에게 책임"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지난 1일 뉴스 편집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동십자각 앞까지 진출한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며 "그 전까지 미동도 않던 청와대에서 이날 밤 구체적인 변화조짐이 포착됐기 때문에 톱으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홧발 동영상'이 1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되지 않은 데 대해 김국장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며 "기사나 화면에서 자극적이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라는 지시가 일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비판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압력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뒤로 물러날 이유도 없고 앞으로 그럴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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