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거운동의 방식이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구차하고 지저분해지고 있다. 2011년 강릉에서는 전화홍보원들이 전화를 돌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2012년 서울 여의도에서는 SNS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차원을 넘어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여론을 뒤흔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전화를 든 불법 선거운동원들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를 불과 5일 앞둔 시점인 2011년 4월 22일.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강원도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전화홍보원 35명이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는 현장을 적발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쓰레기봉투 안에는 ‘한나라당 선거사무실입니다’, ‘한나라당 기호 1번 엄기영 후보 선거사무실입니다. 4월27일 수요일 투표 꼭 부탁드리며, 엄기영 후보 지지 꼭 부탁드립니다’ 등의 안내 멘트가 적힌 선거홍보 문건, 버려진 전화번호 명부, 동계올림픽 유치 서명 명단 등이 쏟아져 나왔다.

▲ MBC 2011년 4월 23일자 보도 화면 캡쳐.ⓒMBC

현장에는 ‘전화하시는 곳은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지역구, 당시 제18대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유의사항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펜션은 선거운동사무소와 시·군·구 연락소에 등록되지 않아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선거법 89조에 따르면 선거사무소 이외의 장소에 전화를 설치하고, 특정 사람들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17만5천 원이 찍힌 점심식사 영수증도 발견되어, 엄 후보 측이 전화홍보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선거법 230조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에 해당한다.

엄 후보 측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강릉의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선거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전화홍보를 한 것은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눙쳤다.

엄 후보 본인 또한 TV토론회에서 “(전화홍보원들은) 최문순 후보가 지난 TV 토론에 나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민 정서와 너무나 동떨어진 발언을 해서 반드시 엄기영 후보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해 자원 봉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불법 선거운동원, SNS로 진출하다

지난 13일 KBS <뉴스9>의 단독 보도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글과 다른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 등에 지속적으로 올린 일당이 적발되었음이 드러났다. 이른바 ‘댓글 알바’의 존재는 전설을 넘어 실체를 가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KBS <뉴스9>의 새누리당 불법선거운동 혐의 의혹 단독보도 캡쳐 화면.ⓒKBS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이들 일당과 새누리당 사이의 연루 정황 또한 속속 드러났다. 책상에 박근혜 후보 이름으로 된 임명장 수십 장이 쌓여 있던 점, 직원들을 고용한 윤 모 씨가 직원들의 활동 실적을 새누리당 모 인사에게 수시로 보고했다는 점, 사무실 임차비용을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부담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직원들에게 한 달에 150만원에서 200만원을 주기로 한 것도 확인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윤 모 씨가 당의 SNS단장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유급 직원이 아닌 개인 컨설턴트로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며 “당과 무관하다”고 부인하고 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와 제18대 대선에 각각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사이에는 1년 6개월의 간극이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간판 색깔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예쁘게 물들였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크나큰 차이가 있다고, 우리는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온 힘을 다해 외치는 듯하다.

▲ 새누리당의 '당잠(당 점퍼)'은 예쁜 빨간색 덕분에 호평받고 있다.ⓒ뉴스1

하지만 두 후보는 모두 중요한 선거를 불과 며칠 남긴 상황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현장을 적발 당했다는 점에서 퍽 비슷한 선거 전략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후보 캠프는 모두 후보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며 발을 빼고 나섰다.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 ‘댓글 알바’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민주당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썼는데, 민주당에게 쓴 소리를 하는 특정 구절만 기사에서 뽑아내어 강조한 트윗 한두 개가 트위터상에서 수백 번씩 리트윗됐다. 다른 기사에 비해 조회수도 크게 뛰었다.

‘댓글 알바’들의 본거지가 사라진 지금, 이런 식으로 기사를 ‘소비’하는 패턴이 다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이 ‘댓글 알바’와 정말로 무관한지 조사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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