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에게 따귀를 맞아가며 수모를 겪던 고남순(이종석 분) 학급의 유리창이 깨지며 의자가 떨어지는 순간만큼은, 의자로 오정호를 내리치려던 고남순의 모습을 건너뛰고 보여진 사건이기에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의자를 내던진 사람은 고남순이 아닌 한영우(김창환 분) 아니던가. 의자를 내던진 주범이 고남순이라고 확신한 교장 및 교사들은 고남순에게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

하지만 의자를 내던진 진범이 고남순이 아닌 한영수라는 것이 밝혀진 다음에는 책임의 차원이 달라진다. 고남순이 의자를 내던진 것이라면 기물 파손의 책임만 묻는 차원이지만, 한영우의 경우에는 전학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기에 그렇다.

이 지점으로부터 교장 임정수(박해미 분)과 한영우의 담임교사 정인재가 충돌하기 시작한다. 임정수는 자신이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성적 지상주의가 꽃피기를 바라는 교장이다. 진학률 혹은 학력평가에서 학교가 상위권에 입문하기를 바라며 학생의 인성 지도나 교화에는 안중에 없는 ‘현실주의자’다.

반면 정인재는 ‘이상주의자’다. 비록 기간제 교사의 신분이지만, 학교는 학생을 성적 기계로 만드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걸 믿고 싶어 하는 교육에 대한 순수함이 남아있다. 반 학생들과도 교사와 학생이라는 수직관계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캐릭터다.

이상주의자인 정인재가 교장 임정수의 조치에 순응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정인재는 문제를 일으킨 한영수가 전학을 가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한다. 한영수 같은 학생은 학교 이미지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고, 그럼으로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하는 게 교장의 생각이다.

반면 장인재는 한영우를 끝까지 끌어안고 가기를 바란다. 그가 학교 기물인 유리창을 파손하기는 했지만 일진에게 당하기만 하던 한영수가 의자를 집어던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교장에게 한영수를 전학 보내는 데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게다. 이것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가 충돌하는 첫 번째 지점이다.

두 번째로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가 충돌하는 지점은 강세찬(최다니엘 분)에게서 비롯된다. 잘 나가는 강사 출신인 강세찬은 눈 감고도 학생을 고득점으로 지도하는 전략을 꿰는 실력파 교사다. 문학 과목에서 강세찬은 정인재의 지도 방식과는 상충하는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정인재는 학생에게 많은 지문을 읽을 걸 권하지만 강세찬은 이 방법은 학생이 헷갈릴 우려가 있으므로 지문을 많이 읽는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정인재의 지도 방식과 충돌을 일으킨다.

이에 정인재는 강세찬을 따로 불러내서 항의한다. 하지만 강세찬은 정인재의 항의에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학업 지상주의를 제일의 모토로 삼는 현실주의자 강세찬과 교권 이상주의자인 장인재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헌데 재미있는 사실은, 장인재가 이상주의자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정인재는 한영우가 의자를 내던진 진범인 것이 교장에 의해 밝혀졌을 때 교장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교장의 처분을 순순히 따른다.

하지만 순하기만 한 한영우가 까닭 없이 의자를 창밖으로 내던질 리가 없는 법. 사건의 전말을 아는 고남순은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오정호가 처벌받지 않는 현실에 분노를 품고 담임인 정인재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오정호를 처벌할 생각은 않고 교장의 처분에 순응하기만 하는 담임교사 정인재의 처사에 불만을 품어서다.

여기서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지위가 역전된다.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오정호가 처벌 받기를 바라고 한영우가 처벌 받는 걸 원치 않는 고남순은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상주의자가 된다.

반면에 오정호가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사실을 알면서도 한영우를 희생양으로 몰고 가는 교사의 처사가 부당하나는 걸 적극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교장의 처분에 순응하는 정인재는, 고남순과 대치되는 지점에서만큼은 현실주의자가 된다. 이렇게 보면 <학교 2013>은 ‘충돌’의 드라마가 되는 셈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