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먹기 정말 어렵네”>

매일경제 8일자 31면 기사 제목이다. 지난 6일에는 중앙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올해는 못 먹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더니 매경이 오늘자(8일)에서 중앙일보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근데 좀 어이가 없다.

▲ 매일경제 10월8일자 31면.
매경은 “광우병 위험 물질인 등뼈 발견으로 지난 5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또다시 중단됨에 따라 올해 안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적인 대량 유통과 이로 인한 한우 가격 하락 효과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의 핵심은 ‘먹거리’ 안전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적인 대량유통과 한우 가격 하락’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자. 매경의 이 기사는 지금 미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 짚지 못하는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 대형육류생산업체 스위프트사로부터 지난달 7일 수입돼 검역과정을 거치던 쇠고기 18.5t(618상자)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로 채워진 상자가 1개 발견됐다고 밝힌 것은 지난 5일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등뼈는 아니지만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상 수입이 금지된 갈비통뼈가 발견된 것이 9건이고, 작은 뼛조각이나 금속 같은 이물질, 검역증 표시 위반 사례 등을 모두 합치면 1년간 위생조건 위반 건수가 200건을 넘는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빈도 수가 지나치게 많은 셈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미 쇠고기에 대한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정부는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확실한 대책 마련을 미국에 요구하는 것이다.

▲ 파이낸셜 10월8일자 사설.
파이낸셜 뉴스가 오늘자(8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는 있지만 수입 쇠고기가 광우병을 옮길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이를 막아야 한다.” “미국 측이 당장 해야 할 일은 ‘특정위험물질’이 수입 쇠고기에 포함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광우병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는게 급선무

하지만 매경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마치 미 쇠고기가 빨리 대량유통이 돼야 한우 쇠고기 가격도 하락하는데 검역 중단 때문에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식의 논조다. ‘급기야’ 기사 말미에는 “앞으로 검역이 재개되어 물량이 크게 늘고 갈비 등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부위가 대량 수입되어야 미국산 쇠고기 파급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할인점 관계자 발언까지 인용, 보도했다.

어이가 없다.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미국에 대한 비판은 고사하고 매경은 오히려 빨리 검역을 재개하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셈이다. 반론은 같은 날짜 파이낸셜 뉴스의 사설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 한국일보 10월8일자 사설.
“정부의 신속한 조치로 수입 조건 개정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돼 수출업자들이 타격을 입겠지만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 일방적인 개정 요구에 앞서 위생환경부터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게 미국 측이 할 일이다.”

미 쇠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다면 검역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와 현지 수출선적이 중단된 쇠고기 모두, 해당 기자가 먼저 시식해보기 바란다.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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