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원회(위원장 박명진)가 지난달 29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게시글을 심의해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방통심의위까지 ‘여론통제’ 나서나?"면서 정면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9일 이명박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시도를 우려한 "이명박 아주 지능형입니다" 제목의 글을 놓고 전체회의에서 심의한 결과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다음Daum)에게 이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글은 이명박 대통령을 “간사한 사람”, “머리용량 2MB” 등으로 묘사하며 네티즌들에게 ‘미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글의 ‘계산에 빠르고 간사한사람’, ‘머리용량 2MB’ 등의 표현을 문제삼았다.

▲ 방통심의위에 자제권고를 받은 인터넷다음까페의 글
민언련은 2일 <방통심의위까지 여론통제에 나서나>라는 논평을 내어 "방통심의위의 ‘자제권고’ 결정은 그 근거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아 정부의 눈치를 보고 어정쩡한 결정을 내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애초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심의했다.

방통심의위는 "이 글이 ‘명예훼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데 과도한 표현은 자제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를 놓고 민언련은 "법적 근거도 없고 논란만 일으킬 ‘자제권고’를 결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하 방통위법)에 의하면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 따른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 중 하나의 제재조치를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민언련은 "물론 거친 욕설이나 민망한 별명 등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네티즌들의 의사 표현 하나 하나를 감시하고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여론 통제’일 뿐 아니라 더 없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지난 참여정부 5년 동안 네티즌들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거의 무제한으로 확장되었다. 이제 와서 방통심의위가 법적 근거도 없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에 제재를 가한다면 반발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미국의 소 도축·검역실태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안전성을 다룬 프로그램인 MBC <PD수첩>에 대한 심의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주 내로 안건이 올라오면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에 입각해 심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언련은 "민간기구로서 방통심의위의 핵심적인 위상은 바로 ‘독립성’이다"고 강조한 뒤 "방통심의위가 ‘방송 내용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의주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언련은 " 만약 방통심의위가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의 ‘방송탓’에 부화뇌동해 제재조치를 내린다면 네티즌과 시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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