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측은 노골적인 '이정희 공격' 보도에 대해 "TV토론 후 이정희 후보를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에 계획한 보도"라고 밝혔다.

KBS는 5일 저녁 <뉴스9> 심층취재 '0.1%의 공세…아쉬운 유력 후보 검증' 리포트를 통해 지지율 0.1%인 이정희 후보 때문에 유력 후보에 대한 검증이 차단됐다며 새누리당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보도를 내보내 '악의적인 비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5일 KBS <뉴스9> 심층취재 <0.1%의 공세…아쉬운 유력 후보 검증> 리포트 캡처(시계방향)

첫 TV토론이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없었던 것은 이정희 후보 때문이 아닌 법정 토론의 경직된 형식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며, 올해 대선에서 국민들이 유력 후보 검증 기회를 갖지 못한 핵심 원인에는 박근혜 후보의 토론 기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서 이를 지적하기 보다는 새누리당 프레임에 충실하게 '이정희 공격'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KBS는 선관위 토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양자토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정희 후보 공격에 보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5일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민검증을 보장할 심도깊은 양자토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발표했으나, KBS는 브리핑 말미에 한 줄 언급된 "이정희 후보의 토론 방식에 대해 국민이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발언만을 보도했다.

KBS 새 노조는 6일 대선방송 일일 브리핑을 통해 "이 리포트의 목적은 처음부터 '이정희 죽이기'였음이 명백하다"며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면 불공정한 토론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유력후보 검증'이 3인이 참여하는 법정토론회에서 가능하지 않다면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양자토론'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민주당은 적극적 의사를 밝힌 반면 새누리당이 유세일정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KBS 보도국 간부들은 '양자토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왜곡했다"고 밝혔다.

새 노조에 따르면, KBS 심의실의 외부 모니터 요원도 "KBS가 토론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정작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민주통합당에서 '양자토론'을 요구한 것은 전하지 않았다"며 "특히 아쉬웠던 것은 인터넷 포털에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하는 등 대다수 국민들이 '다카키 마사오'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음에도, KBS는 관련 토론 내용을 인용ㆍ편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어제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으나 KBS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침묵했다"며 "신군부를 대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 후보가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논쟁적 이슈이지만, KBS는 공방으로조차 다루지 않고 외면했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박근혜에게 불리한 토론은 문제가 있다며 비판하고, 조금이라도 불리한 사실은 정말 알아서 열심히, 교묘하게 잘 감추는 KBS 9시 뉴스는 정말 완벽한 편파방송"이라고 꼬집었다.

KBS 측은 악의적 비난이라고 비판받는 해당 보도에 대해 'TV토론 이후 이정희 후보를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에 계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6일 배재성 KBS 홍보실장에 따르면, 이화섭 보도본부장은 5일 아침 임원회의에서 TV토론 후 시청자들로부터 '이정희 후보 때문에 후보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토론회를 뭐하러 하느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보고하며, 현행 선관위 토론의 문제점을 짚은 보도를 심층취재 형식으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은 '시청자들은 방송사가 토론회 규칙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해가 없도록 하기를 바란다'며 회의를 마무리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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