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을 앞두고 지난 1일 지원 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김충환(서울 강동갑) 의원과 수행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거론한 지역 유권자에게 모욕적인 폭언·폭행을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한나라당 선거 유세를 방해한 혐의로 김모(31·의류업)씨를 긴급 체포하는 한편, 김씨를 폭행한 혐의로 김충환(서울 강동갑) 의원의 운전자 김모(31)씨도 불구속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역주민 김씨는 이날 오후 5시께 강동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박명현 후보가 고덕동 근린공원에서 벌인 유세장에서 나경원 의원의 지지 연설 도중 "쇠고기 수입하지 마세요, 쇠고기 문제부터 해결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원 유세를 나온 김충환 의원의 운전수행원 등 한나라당 유세단 4명이 제재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입술과 옷이 찢어지고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다.

한국일보 "김충환 의원이 폭언 퍼부으며 시민 끌고가라" 보도

▲ 한국일보 2일자 8면

한국일보 2일자 보도<김충환 의원 수행원들 쇠고기 비난 시민 폭행>에 따르면 한나라당 유세단은 경찰을 불러 김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김씨는 한나라당 유세단을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김씨는 "한나라당 선거유세를 보고 순간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떠올라 한마디 한 것일 뿐"이라며 "그런 이유로 시민이 폭언과 폭행을 당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한편 실랑이를 지켜보던 김충환 의원이 김씨와 김씨를 옹호하는 시민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폭언을 퍼부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사건을 지켜본 강동구민 김모(37)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한나라당 유세단의 거친 행동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너희들', '감히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느냐'고 말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 이모(38)씨도 "김 의원이 출동한 경찰에게 '우리가 아직 야당인줄 아느냐'고 말하면서, 경찰에게 김씨를 끌고 가라고 했다"며 "여당이면 공권력까지 맘대로 할 수 있느냐"고 김 의원의 언행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쇠고기 문제를 꺼내며 유세를 방해하는 바람에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해 제지한 것"이라며 "유세단이 김씨와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 하기는 했으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야당일 때 공권력에 당한 경험이 많아 '아직도 우리가 야당인 줄 아느냐'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당에서 선거유세를 하는데 경찰이 제대로 처리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2일 오후 논평을 내고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촛불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물대포'로 소통하고, 지역 유권자의 문제제기에 여당 의원과 경찰은 '폭언·폭행·강제연행'으로 소통하는가"라며 "상식 밖의 행동으로 유권자의 인권을 유린한 김충환, 나경원, 고승덕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또 "폭행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도 나경원 의원은 계속 연설을 했고, 김충환 의원과 고승덕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행원들의) 폭행을 수수방관했다"며 "이것을 지켜본 가족들과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김충환 의원은 '쇠고기 문제 같은 거는 너희들 끼리 떠들어 대, 어디 감히 국회의원 앞에서 난리야!'라고 말하는 등 상식 밖에 행동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유권자 인권유린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사퇴하라"

이어 진보신당은 당일 강동구민 김모씨를 강제 연행한 해당 경찰관의 직위해체를 요청했다. 이들은 "경찰은 여당 의원의 말 한마디에 피해자를 피의자로 몰아 강제 연행해도 된단 말인가"고 강력히 규탄하면서 "피해자를 강제 연행하면서 미란다 원칙 등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고, 여당 의원의 지시에 따라 편파적으로 대응한 해당 경찰관을 직위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충환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블로그
관련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이 한나라당 홈페이지와 김충환 의원의 개인 홈페이지 등에 몰려가 거세게 비판하자 김충환 의원은 2일 오후 1시경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강동사랑! 활기찬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에 해명의 글을 올렸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시민이 고의로 선거유세 방해" … "폭행당한 사람은 수행비서" 주장

김충환 의원은 <2008.6.2 강동구청장 유세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글에서 "유세도중 과격한 한 시민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물의가 발생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수행원들의 제지를 받은 그 시민이 '국회의원 XXX들'이라며 욕설과 함께 유세를 방해했다.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과 저의 수행비서가 이 분을 제재했고, 저의 수행비서의 넥타이가 끊어질 정도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제 수행비서가 목 근육이 마비되고 허리를 다쳐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이 시민이 아니라 제 수행비서"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충환 의원은 "저는 제발 언론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서 고의로 선거를 방해하고 선거운동원에 대해 폭행을 한 사람이 오히려 법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음해하는 일이 없도록 사실관계에 근거한 기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이유야 어찌됐건 저의 지역구에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해명 글에 네티즌들은 "변명이 아닌 진실을 말하라"며 "6월 4일 재보선에서 심판하겠다"는 등 강력한 항의를 보내고 있다. 2일 오후 3시 현재 김충환 의원의 개인 홈페이지는 다운된 상태며 블로그의 해당글에는 3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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