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박근혜 고려 불방' 논란을 낳았던 <대선특별기획 1부, 대선후보를 말한다>의 편파성을 문제삼으며,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해 김진석 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제작한 <대선특별기획 1부, 대선후보를 말한다>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의혹을 다룬 프로그램이며 당초 지난달 27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방송 하루 전날 KBS 사측이 '기획 방향 및 방송 시점의 적절성'을 문제삼으며 방송을 보류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 4일 KBS <시사기획 창>의 <대선특별기획 1부, 대선후보를 말한다>는 각 후보를 검증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KBS 화면 캡처

KBS 사측은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지난 4일 저녁 11시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방송을 내보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검증에 방영 시간의 절반씩을 할애하며 일목요연하게 의혹을 정리했으나 기존의 의혹에서 더 나아간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KBS 여당 측 이사들은 5일 오후 이사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방송이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길환영 KBS 사장 역시 이사회에서 '게이트 키핑에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노태우 정권 당시 KBS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서 편파방송을 주도해 '부역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길영 KBS 이사장(여당 추천)도 '게이트키핑에 더 주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회가 끝난 이후 길환영 사장이 김진석 단장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했고 김 단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추천의 이규환 KBS 이사는 6일 오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길환영 사장의 발언에 대해 "다수 이사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제작진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제작 자율성을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다. 매우 부적절하다"며 "나 뿐만 아니라 소수 이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 기자 일동은 6일 성명을 내어 "(김진석 단장이 물러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침부터 들렸다"며 "어제 열린 이사회에서 지난 4일 방영된 '대선후보를 말한다'를 두고 일부 이사들이 집중적인 편파 시비를 걸었고 길환영 사장이 동조해 김 단장에게 책임지라며 사의를 강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선후보를 말한다>에 대해 "검증단이 출범하면서부터 기획되고 취재된 결과물이다. 당초 유력 세 후보에 대한 꼼꼼한 기본취재와 자료조사가 진행됐고, 모든 순간순간 단장을 비롯해 평균 14년차의 데스크급 기자들이 고민과 토론을 하며 내놓은 기획물"이라며 "도대체 무엇이 편파적이고, 게이트키핑을 못했다는 것인가. 이사들과 사장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김진석 단장에 대해 "KBS 기자 사회에서 그 만큼 존경받고 합리적인 기자가 몇이나 되는가. 김진석에 대한 시비는 결국 검증단을 넘어 KBS 기자정신과 저널리즘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사회와 사장은 정치적인 충성심에 눈이 멀어 공영방송을 망치고 KBS 기자정신과 저널리즘을 모욕하는 짓을 당장 멈춰라"고 비판했다.

이어, "즉시 김 단장의 사의를 반려하라"며 "혹시 이렇게 검증단을, KBS 기자들을 길들일 심산이었다면 오산이다. 검증단은 출범부터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눈치따윈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 PD협회, 새 노조 역시 6일 오후 2시 김진석 단장의 사의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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