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고려해 4일 대선후보 TV토론의 사전 생중계를 아예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 노조를 비롯한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4일 KBS는 본 토론이 시작하기 전인 저녁 7시 45분부터 15분간 중계차로 현장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일 오후 2시 40분경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 정치를 주창하고 구태정치를 타파해야 하는 시점에서, 박근혜 후보 선대위는 관례화돼 있는 유세차를 동원한 응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첫 번째 TV토론에 우리는 일체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뒤 상황은 달라졌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스1

보도본부가 박근혜 후보 측 응원단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이정희 후보의 응원단만을 방송에 내보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토론방송 담당부서인 선거방송기획단에 사전 중계를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이 때문에 오후 5시경 사전생중계 편성이 아예 취소됐다는 것이다.

새 노조는 5일 대선방송 일일 모니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새누리당에서는 응원단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도 와 있었다"며 "결국 방송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던 것을 황당한 이유로 취소시켜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어제의 사건은 지난달 발생한 대선후보 초청토론 방송 무산사태와 양상이 비슷하다. KBS가 방송을 준비했다가 새누리당이 참여를 안 한다면 방송을 아예 무산시켜버리는 것"이라며 "대단히 엄중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 제작진들은 반발했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지지자 응원현장 화면은 생략하더라도 애초 계획했던 대로 방송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미 중계차도 현장 대기 중이었고, 기자와 아나운서, 전문가도 섭외가 돼 있었다"며 "최초의 법정 토론이니만큼 현장 부스에서 이번 대선의 의미와 관전 포인트 등에 대해 짚어보는 방송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상층부에서는 끝내 거부했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이화섭 보도본부장과 길환영 사장은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KBS 관계자는 "사전 생중계를 통해 양 캠프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장면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한쪽 캠프 응원단은 오지 않는다고 해서 토론만 생중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특정 캠프의 사정에 의해 예정된 방송을 취소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최대한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전 생중계를 안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며 "(담당 부서인) 선거방송기획단 자체의 판단이 아니라 보도본부의 지시에 의해 사전 생중계가 무산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5일 저녁 8시경 <미디어스>는 생중계 취소 지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화섭 보도본부장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이화섭 본부장은 "회의 중이라서 통화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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