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고쿠센>에는 3-D반이라는 학급이 존재한다. 학교의 모든 불량학생이 그 반에 모인 문제아 반으로, 그 어떤 교사라도 그 반을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담임을 맡자마자 담임교사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을 정도로 교권 알기를 우습게 아는 문제아 반이다.

<고쿠센>에서 3-D반을 맡을 수 있는 유일한 교사는 다름 아닌 주인공 야마구치 쿠미코(나카마 유키에)이다. 야쿠자 집안의 딸로 자라난 쿠미코는 학생들의 물리적 폭력 정도는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완력과 학생의 입장에 서서 지도하는 소통의 힘을 가진 교사다. 그 덕에 그녀가 부임하는 3-D 학생들을 단 한 명의 퇴학생이 없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된다.

<학교 2013> 속 학급은 <고쿠센> 속 3-D반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정인재(장나라 분)가 반 학생들에게 훈시를 하거나 수업을 할 때 최소한 이들은 듣는 척이라도 한다. 일드 속 3-D반 녀석들처럼 통제 불능의 녀석들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정인재가 <고쿠센> 속 야마구치와 다른 점도 있다. 정인재는 학생의 물리적인 폭력에 대처할 힘이 없다. 일진 오정호(곽정욱 분)가 정인재의 팔을 붙잡고 늘어질 때 오정호의 완력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 엄대웅(엄효섭 분) 교사처럼 카리스마가 통하는 것도 아니기에 학생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는 정인재의 처지가 처량하기만 하다.

<학교 2013> 속의 세계는 ‘정글의 법칙’이다. 약한 자는 먹히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장소가 되었다. 학생들만 있는 교실에서 강자는 오정호를 비롯한 일진이다. 한영우 같은 학생은 일진의 밥이 된 지 오래고, 어쩌면 담임교사인 정인재도 오정호 앞에서는 위압당한 셈이 된다. 일진이라는 교실 안 최강자 앞에서는 일반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굴복당하고 만다.

‘정글의 법칙’은 교사 세계에서도 통한다. 남자 교사도 많고, 엄대웅처럼 학생들을 쥐락펴락하는 교사도 있는 학교에서 가장 문제아가 많은 반을 새파란 정인재가 맡은 연유는 무얼까.

다른 교사와는 달리 ‘기간제’ 교사라는, 마치 성골과 진골처럼 성분이 차이가 나는 교사이기에 정인재가 감당하기 힘든 학급을 맡은 것이다. 첫 회 방영분 후반부에서 정인재가 친구와 몸을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의 술을 들이킨 건 교권이 추락한 자신의 모습을 망각코자 하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학교 2013>은 정글의 세계다. 학교라는 정글의 세계에서 최고 약자는,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혹은 교사들 사이의 세계 둘 다에서 최고 약자인 정인재이다. <학교 2013>의 세계를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면 교사가 최고 약자가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세계가 바로 정인재가 몸담은 학교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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