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위법·편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1년 12월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이제 개국 1년으로 평가가 되어야할 시간이다. 하지만 평가할 거리가 없다. 시청률 0%대의 채널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재방비율은 50%를 넘어가고 JTBC를 제외하고 나머지 종편채널에서는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 1편 없는 실정이다. 미디어스는 종편 개국 1년을 맞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법채널' 기획을 마련했다. 종편 개국1년,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신문법 개정안은 타당하다."

이른바, '조중동 방송'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2009년 6월 24일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의 미디어법 개정안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다만,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겸영은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 시점인 2012년 12월 31일까지 유보"하자는 전제가 달리긴 했으나 핵심 골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바에 충실했다.

▲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하는 모습. ⓒ안현우

이 보고서가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7월 22일 한나라당은 야당이 막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을 뚫고 들어가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고 날치기 처리했다. 미발위는 국회라는 정파적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으나, 결국 국민 여론조사 한 번 없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면죄부'만을 부여해준 채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당시의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추천했던 11명의 위원들끼리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지역공청회, 국민여론조사 실시 등을 통해 미디어법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측 위원들에 의해 거부되면서 결국 따로 보고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측 위원들은 여론조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보고서에 대해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 뒤,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언론자유와 여론 다양성,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여론 다양성의 상태에 대한 진단도 없이 추진되는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뉴스채널 소유를 허용하기 위한 소유규제 완화는 유보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009년 6월 20일 민주당 측 위원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뽑아 전화 면접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8.9%가 "국민여론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므로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국회와 전문가간 충분히 논의됐으므로 표결처리해야 한다"는 응답(18.0%) 보다 3배 이상 높은 결과였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정부여당의 종편 도입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던 미발위 활동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의 위원 11명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우룡 한양대 교수(미발위 위원장) △황근 선문대 교수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연대 사무처장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 △이헌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 공동대표 △윤석홍 단국대 교수 △최선규 명지대 교수 △정완 경희대 교수 △김영 전 부산MBC 사장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선진과 창조의 모임 추천)

이들 가운데, 미발위 활동 당시 한나라당의 '들러리'를 서주면서, 본연의 업무보다는 '잿밥'에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시선에 화답이라도 하듯 활동 종료 1달여 만에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KBS 이사로 직행한 이들만 3명(김우룡, 최홍재, 황근)이다.

▲ 2009년 3월 13일 당시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김우룡, 강상현 위원장을 비롯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 위원장,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 전병헌 민주당 간사, 이용경 선진과창조모임 간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여의도통신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인 'MBC 민영화'를 대표적으로 주장해 왔던 김우룡 교수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리를 꿰찼으며, 마찬가지로 'MBC 민영화'의 필요성을 틈틈이 주장한 최홍재 공정언론연대 사무처장도 방문진 이사가 됐다. 2009년 8월 정식 취임한 김우룡, 최홍재 이사는 임기가 남은 엄기영 사장을 몰아내고 현재 'MBC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재철씨를 MBC 사장 자리에 앉힌 당사자들이다.

그러나, 이후 김우룡 이사장은 2010년 3월 신동아 보도를 통해 "(MBC 임원)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 큰집(청와대)이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엄기영 사장 사퇴와 관련해) 8부 능선은 넘어선 것으로,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최홍재 이사는 김재철 사장이 노조 위원장을 해고하고 PD수첩을 무력화 시키는 등 'MBC 장악'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안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다가, 올해 초 이사직을 그만두고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서울 은평갑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종편 도입이 독과점 시대를 붕괴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의 종편 도입을 적극 옹호해 왔던 황근 교수 역시 2009년 8월 KBS 여당 추천 이사가 된 이후 야당 이사들, KBS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MB특보 출신의 김인규씨를 KBS 사장으로 선임했다.

종편 개국에 일조했던 이들은 과연 시청률 0%대, 저조한 경영실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종편의 지난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2009년 당시 미발위 공동 위원장을 맡았던 김우룡 한양대 교수는 2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반은 성공이고, 반은 미달"이라면서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짦은 시간 안에 그래도 자리를 잘 잡았다. 1년 사이에 이만큼 자리잡은 것은 세계 어느 방송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우룡 교수는 "신문의 활로에 한계가 있으니 (방송 겸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라며 "(종편으로 인해) 시사토크쇼가 많이 늘어나서 국민의 정치적 식견에 기여했고, JTBC의 <닥터의 승부>처럼 오락과 정보를 결합해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며, 다큐프로그램도 많이 방송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보면, 상당히 괄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중파에 못지 않은 노력과 자금을 투입해 <인수대비> 등과 같은 드라마도 방송했는데, 신규채널이 1년 안에 이만큼 이뤄낸 것은 종합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며 "다만 종편 도입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4개나 선정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돼서 콘텐츠 진흥에 기여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종편들이) 편성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방송구도에도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2009년 미발위 활동과 관련해서는 "열띤 토론을 통해 어느정도 국민의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미발위가 구성됐는데, 부끄럽지만 결국에는 여야의 정치 대리전처럼 돼버렸다. 앞으로는 국회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3자의 손을 빌려서 피를 묻히는 일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야당에서 온 사람들은 토론은 안하려고 하고, 데모하고, 뭐든지 다 시비걸고 '땡깡'을 부렸다"고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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