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지난해 10월 창간한 미디어스 기자들은 오늘 처음으로 철야를 했습니다. 대표부터 편집장, 심지어는 마케팅팀장의 친구까지 ‘자봉’을 나섰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터넷신문사 기자들이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현장 생중계를 진행 중인 오마이뉴스와 민중의소리, 아프리카TV는 종종 접속자 폭주로 화면이 끊어집니다.
뉴스특보를 편성할 때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31일 밤 10시, 이미 청와대 앞 1km가 뚫렸고 11시30분께에는 시민들에게 물대포까지 발사 됐지만 생중계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밤새 각 방송사에는 제보 전화가 쇄도했고 인터넷 게시판에도 불이 났지만 그들은 ‘신중’했습니다. ‘누군가의 압력이 있다’는 주장은 주장으로만 치부하겠습니다.
조중동도 바빴던 것 같습니다. 31일 밤 10시만 해도 촛불집회 기사는 저 아래 줄기사로 배치해뒀던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자정을 전후로 촛불집회 기사를 머리기사로 올려놨습니다. 물론 3일자 신문을 봐봐야 알겠지만 조중동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고 중단 압박이 슬슬 실감이 나는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경찰도 잠못 이뤘습니다. ‘비폭력’ 집회에 대응하느라 최루탄도 못 쏘고 소화기 분말가루를 뿌리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물대포는 쐈습니다. 이건 위에서 인정해주셔야 합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시민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사관도 잠못 드는 것 같았습니다. 1일 새벽 뻥 뚫린 세종로를 걷다보니 미국 대사관에 그때까지 불이 켜져 있더군요. 대한민국 전경차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데도 뭔가 두려운가(?) 봅니다.
대국민 사과하고 중국 가 계실 때 고시 발표하면 대충 사그라들 줄 아셨지요? 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제 이 고생 안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연일 계속된 야근으로 많이 지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시민들이 미디어스를, 그리고 다른 많은 기자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이제 또다시 새벽이 밝아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일 새벽 4시 40분께, 경찰이 시민들을 강경진압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첫 차를 타고 효자동으로, 삼청동으로 올라와 교대를 할 것입니다. 밤새 지친 야근부대는 일부 떠나고 이제 ‘아침형 인간’들이 청와대로 갑니다. 그리고 촛불문화제도 계속됩니다.
이제 대통령님의 결단만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