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광장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거리행진이 예정보다 일찍 시작됐다. 이날 오후 8시30분께 청와대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던 시민들이 일부 연행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최 측은 예정됐던 자유발언과 공연을 취소하고 거리로 나섰다.

▲ 31일 오후 8시30분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민임동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연행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도 일단 예정된 행사를 마친 뒤 거리행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압도적 다수가 지금 당장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오후 9시 현재 시민들은 남대문로와 종로 등으로 쏟아져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들도 급히 움직이면서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 상복을 입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근조 대한민국민주주의'라고 씌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민임동기
앞서 이날 오후 7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에는 대학생 약 10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주최 측을 통해 알려졌다. 이 가운데 20여명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최 측으로는 한 여학생이 실신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민들은 "우리는 문화제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급히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했고 8시30분께 주최 측은 결국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행진에 나섰다.

앞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는 촛불소녀들의 노래 공연이 인기를 끌었다. 10여명의 중고생들로 구성된 촛불소녀들은 동요 '뽀뽀뽀'를 개사한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아빠는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는 시장 볼 때 미친소
우리는 학교 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소녀들, 미친소 이명박 대운하 싫어!"

▲ 31일 오후 촛불집회 현장 ⓒ민임동기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남매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혜정(33)씨는 "엄마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집에서 쩔쩔매고 있다"며 "오늘(31일)은 끝장을 내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속한 인터넷까페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은 이날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노조 김은정 지부장은 분신으로 위중한 상태인 이병렬씨의 쾌유를 바라는 연주로, 민중예술가 임옥상씨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퍼포먼스로 집회에 참여했다.

▲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행사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정은경
이날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 명이 참석해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과 그 주변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이 들어찼으며 일부 시민들은 무대 뒤쪽에 자리를 깔고 앉기도 했다.

터키에서 온 사진작가 아리프씨는 "1980년대 이후 한국사를 볼 때 한국은 이런 종류의 데모로 유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부패정치를 잘 알면서 대선 때는 왜 뭉치지 못했는지, 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왜 두 달이 지나서야 이렇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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