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 등 새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KBS 이사회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어 언론단체의 반발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유재천 교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의 사임으로 인한 보궐 이사에 유재천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70)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 의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정연주 사장의 연임 저지운동을 펼치고, '방만경영'과 '편파방송' 등을 이유로 KBS의 수신료 인상을 적극 반대했던 인물이다. 현재 언론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 사장 거취와 관련해서도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3월 사퇴한 조상기 KBS 이사의 후임으로 방석호 홍익대 교수를 선임했다. 방 교수는 2006년 11월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문제 삼으며 이사직을 전격 사퇴했었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면서 이뤄진 그의 복귀를 KBS 이사회의 '새판짜기'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여기에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 보장과 공영방송 독립성 문제를 강조해 온 신태섭 이사(동의대 교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최근 교육부와 대학총장이 직접 나서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김금수 전 이사장을 만나 정 사장 퇴진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특정 정파쪽 사람들로 이사회를 재편해 정연주 사장 퇴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고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실제로 정 사장 거취와 관련한 KBS 이사회 구도는 김금수 전 이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고 친여 성향의 이사가 차례로 보강되면서 6대 5의 새로운 국면이 형성됐다. 유 교수의 합류로 의결정족수 6명을 확보한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이 '정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KBS 이사회의 사퇴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해도 최고의결기구이자 사장을 임명제청하는 이사회에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30일 'KBS는 이명박 정권이 넘볼 선전 도구가 아니다' 제목의 성명에서 유재천 교수의 이사 추천에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해 공영방송의 상업화를 획책하였고 지난 선거에는 한나라당에 불리한 방송을 성토하였던 친 한나라당 인물"이라며 "한나라당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워 신뢰를 잃어가는 이명박 정권이 국민을 기망할 목적으로 KBS를 홍보용 도구로 이용하려는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KBS 이사회에 대해서도 "정권에 붙어 일신의 영달을 쫓지 말고 국민의 방송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당장 떠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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