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주진우 기자가 '미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시민 시각 중심의 현장 소개와 톡톡 튀는 멘트로 미디어다음 아고라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 기자는 지난 28일 방송된 OBS 경인TV(사장 주철환) <생방송 5BS>(월~금, 아침 7시~9시)의 한 코너인 '뉴스칵테일'에 출연해 "거리를 점령하는 시위 문화는 분명 문제가 있으나 경찰의 오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위대는 1500여 명 정도인데 동원된 전경은 청와대 앞에 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1만 명이 넘는다. 교통체증의 주범은 시위대가 아닌 경찰의 '닭장차'"라고 주장했다.

공권력 쪽 정서는 '시위 참가자들 대가리 까야 한다'?

▲ 5월 28일 OBS <생방송 5BS>
주 기자는 "공권력 쪽 정서는 '불법세력이 주동하고 있다' '대가리를 까야한다'인데 민심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는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격하지 않다. 조용하고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주 기자는 촛불집회의 특징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주 기자는 "기존 시위는 집행부가 일장 연설을 하고, 투쟁가를 부르고, 사수대가 행진을 주도한다. 그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돌멩이도 던지고 그랬는데 이번 집회는 1인 자유 발언으로 시작되고 있다"며 "참석자들은 누가 이끈다고 가지도 않을 뿐더러 이끄는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석자들, 앞에 언덕 있으면 다리 아프다고 유턴한다"

▲ 5월 28일 OBS <생방송 5BS>
'자유로움'의 일례로 주 기자는 "일요일(25일) 시위에서는 저녁 늦게까지 있었는데 사람들은 앞으로 전진하다가 앞에 언덕이 있으니까 다리 아프다고 다시 유턴했다"며 "또 이들은 한국은행, 서대문 등을 자유롭게 다니다가 중앙일보 앞에 가서 (정부 편을 많이 드니까) '찌라시'라고 욕도 하다가 홍대쪽으로 가길래 왜 그쪽으로 가냐고 물어봤더니 홍대에는 클럽이 많으니까 술 먹고 나온 형들이 동조하지 않을까 해서 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 기자는 "주동자가 조정해서 불법 시위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그저 얘기하고 소통하러 나왔다고 보는 게 맞다"며 "자전거 타고 운동하러 나왔다가 시위에 합류한 사람들을 보고 '조직적'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쇠파이프? 돌멩이? 이러다가 핸드폰도 '흉기'라고 하겠다"

주 기자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주 기자는 "그동안 뒤에서 지켜보던 검찰도 27일 간첩 사건 때나 소집하는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었다"며 "검찰은 쇠파이나 돌멩이를 던진 사람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사람들은 종이컵도 안던지고 집회 끝나고 나서 쓰레기도 잘 줍는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을 흉기라고 얘기할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진행을 맡고 있는 개그맨 강성범씨가 "자발적 참여에 대해 '불순세력' '배후 조정세력' 운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지적하자 주 기자는 "나도 배후가 궁금해서 계속 묻고 있지만 열에 아홉은 '이명박 대통령'이라 하고, 나머지 한 명 정도는 '과잉 진압한 경찰'이라고 한다"며 "정부나 보수언론은 배후만 캐지 말고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됐는지에 대해 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네티즌은 주 기자의 현장 소개에 대해 "예전 CNN 초기를 보는 듯한 재미있는 현장 소개 멘트가 인상깊다" "앞으로 주 기자를 지켜보겠다" "발언수위가 놀랍다. 철저히 시민들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집회현장 스케치가 정말 맘에 와 닿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경보다 네티즌·10대들이 몇배로 똑똑"

해당 방송에 대해 주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좀 과격해서 TV에는 잘 맞지 않는다"며 "예전에 삼성 특검 특종으로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는 생각대로 다 말을 풀어놓으니까 방송 전에 미리 진행자들이나 선배들이 전화해서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이번 발언 수위에 대해서는 OBS가 뭐라고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 정부의 장관고시 발표가 이뤄진 2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정영은
주 기자는 이어 "검찰이나 경찰 쪽에서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다 보이는데 이들에 비해 네티즌이나 십대들이 몇 배로 더 똑똑하게 움직인다"며 "촛불집회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는 "그동안 10대들에 대해 '철이 없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많이 생각해왔는데 이들이 자유롭게 뜻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옳은 답이 나오더라. 시위에 익숙한 사람이 시위를 이끄는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사람을 자르고 처방에 나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직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이 뭔지 10대들도 훤히 알고 있는데 계속 '소통이 부족하다' '배후세력 찾아내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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