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뉴스1
김재철 사장 치하의 MBC는 사회적 흉기의 가능성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이명박근혜 연출에 김재철 주연’이면 공든 탑 MBC를 무너뜨리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설명하는 것 또한 긴 시간은 필요 없다. 이는 공영방송을 둘러싼 법 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결과다.

하지만 이보다 민주주의 수준을 드러낸 결과라는 게 핵심과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는 커져가지만 민주주의 함량은 떨어지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다. 법 제도를 결정하는 정치권이 바뀌지 않는데 법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택이 바뀌지 않는 한 결국 악순환이다.

공영방송 MBC를 망치고 더 망가뜨리는 데에 선무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없었다. 헌 창 휘날리는 조자룡쯤이면 간단한 문제다. 김재철 사장은 MBC에서 잔뼈가 굵은 방송기자 출신이다. 어떤 외부인사보다 MBC시스템의 맥을 잘 짚어 극약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경험과 경력의 소유자다. 바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기대하는 바다. 언젠가 시사인에선가 이 대목을 설명했는데 사안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최근 불거졌다. 이른바 김재철 해임 무산 압력 파문이다.

▲ 11월 11일 양문석 방통위원이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 해임 무산에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후보 선대총괄본부장이 개입한 물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미디어스

사퇴를 선언한 양문석 방통위원은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문방위원과의 간담회에서 여권이 MBC ‘PD수첩’ 부활과 보도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김재철 사장 해임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재철 사장 해임 무산 파문은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당리당략에 관한 이해의 문제였다. 실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PD수첩’과 보도의 부활을 우려해 반대한 게 아닌, 다른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조중동과 김재철 사장의 MBC를 통해 생명 연장의 꿈을 꾸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 망가진 MBC를 들어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으려는 김재철 사장은 한 배를 탔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해임 무산은 양측에 손해가 날 장사는 아니지 않는가. 한때,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사에는 MBC기자 출입금지라는 글귀가 휘날리던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직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각종 오보와 조작방송으로 MBC의 신뢰가 땅 바닥에 있는데도 김재철 사장은 끄떡없다. 게다가 대량 해고에 숙청 밖에 안 되는 교육프로그램 발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체작가, 대체PD를 통한 ‘가짜 PD수첩’ 방송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장을 떠난 제작인력이 차고 넘친다. 시민, 시청자, 국민이 아니라 힘 있는 이명박근혜를 위해 존재하겠다는 김재철 사장 MBC의 자기선언이다. 이 대목의 신뢰도는 모르긴 몰라도 하늘을 찌를 것이다.

최근 BBC 사례에 비춰본다면 그동안의 오보와 조작방송 정도면 김 사장이 받아들어야 할 해고장으로 종이옷 몇 벌을 만들어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이옷의 연관단어 몇 가지가 생각나는데 그만두련다.

11일자 한겨레 인터넷판은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의 조지 엔트위슬(49) 사장이 역사상 최악의 신뢰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54일 만에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고 지미 새빌의 아동성폭행 은폐 의혹을 받았던 간판 시사프로그램 뉴스나이트가 이번엔 보수당 거물 정치인을 아동성추행범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방송을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고 전했다.

조지 엔트위슬 사장은 10일(현지시각) 사임 성명에서 사장은 모든 콘텐츠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편집권자라는 점과, 뉴스나이트가 11월 2일 언론의 기준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필름을 방송했다는 점을 고려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명박근혜 시대, MBC의 김재철 사장만 있는 게 아니다. KBS 정연주 전 사장도 있다. 다르지만 같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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