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사장 임명제청 권한을 가지고 있는 KBS 이사회의 야당 이사들이 8일 저녁 전격적으로 '회의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명의 야당 이사들은 7명의 여당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다수제'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을 촉구해 왔으나 여당 이사들이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내자, 지난달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야당 이사들은 지난 6일에도 여당 이사들을 향해 "사장 선임 일정을 즉각 유보하고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포함한 모든 비상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8일 저녁 '회의 복귀' 결정을 내리면서 9일 사장 후보자 면접 절차에 참여했다.

야당 이사들이 '회의 보이콧'을 풀기로 한 배경에는 KBS 새 노조가 '사장 부적격자'로 지목한 길환영 KBS 부사장, 고대영 선거방송심의위원, 강동순 전 방송위원 등 3인이 9일 여당 이사들만의 면접을 거쳐 '사장 후보 1인'으로 선정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전국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KBS노조 똘똘 뭉쳐,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하자”고 외쳤다. ⓒ곽상아

또, 8일 저녁 이길영 KBS 이사장이 KBS 양대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국장추천제를 여야 이사들에게 제안해 보겠다'고 말하고, 격론 끝에 여야 이사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국장추천제는 여당 추천인 한진만 이사가 먼저 제안했으며, 이번주 초부터 물밑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야당 이사는 "주요 국장에 대한 추천제나 임면동의제에 대한 후보자의 의지를 면접에서 확인한다는 조건으로 면접에 참여했다. (최소한의 견제장치로서) 노사가 국장추천제나 임면동의제를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후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이사들이 전격 복귀함에 따라 9일 오후 5시 현재 KBS 사장 후보 면접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저녁 9시경 최종 1인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BS 양대 노조는 KBS 사장 후보로 지원한 11명 모두가 '부적격자'이기 때문에 최종 1인으로 누가 선정되더라도 '파업' 등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하모니광장에서 열린 전국조합원 총회에서 "길환영, 고대영, 강동순 등 3적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도 모두 사장으로서 부적합하다.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인물들"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부적격 사장'으로 선언하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호 KBS 새 노조 부위원장 역시 "3적을 언급한 것은 싸움의 효율성 때문일 뿐, 11명 가운데 KBS 사장으로서 적합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어떤 사람이 오든 사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면접 결과에 따라서 투쟁의 수위와 방향을 정교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훈 KBS 노조 위원장도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국장추천제에 대해 받아들이겠다고 한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된다고 할지라도, 또 하나의 투쟁 과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11명의 후보들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선임됐을 때 '축하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 번 파업의 깃발을 올리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당당히 싸우고 외면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격 회의 복귀'를 결정한 KBS 야당 이사들에 대한 비판도 KBS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KBS 새 노조 조합원은 9일 오후 2시 전국조합원 총회에서 "야당 이사들이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게, 보이콧한 것보다 나은 것인지 모르겠다. 약하게 대응한다고 느낀 게 나뿐인가"라며 "95일 파업 당시 '파업 접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8월 이사회 구성, 11월 사장 선임 시기를 위해 아쉽지만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지금이 싸워야 할 시기가 아닌가? 투쟁이 적당한 요식행위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야당 이사들은 방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서 '국장추천제'를 보장받고, 이사회에 참석해 (여당 이사들만으로) 최악의 사장이 선임되는 것은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 결국 (여당 이사들에게) 면죄부만 만들어주고 최악의 사장이 최종 선정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며 "야당 이사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하는 데 막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현석 위원장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는 것을 인정해 드렸고 새 노조는 야당 이사들의 입장과 별개로 어떤 상황이 되든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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