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뉴스1
KBS기자협회(회장 함철)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불참으로 KBS의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자체가 사실상 취소된 것에 대해 "특정 후보를 위해 토론회를 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KBS 이화섭 보도본부장을 향해 "당장 토론회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초 KBS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며 지난달 30일 보도자료까지 내어 "후보별 출연일자를 추첨으로 정하고,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뒤늦게 박근혜 후보 측이 '토론순서를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토론이 끝난 이후로 하지 않으면 참석하기 어렵다'고 하자 KBS 선거방송기획단은 참여 의사를 밝힌 문재인, 안철수 후보만을 대상으로 초청 토론회를 열기로 결정했으나 KBS 보도본부는 이를 뒤집고 토론회 자체를 취소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일자, KBS 보도본부는 5일 저녁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대선후보 순차 초청 토론회가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2인 초청토론으로 갈 경우, 선거방송의 기본원칙인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고 또한 공정성 부문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KBS 보도본부는 이어 "이는 2일 소집된 보도국장단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라며 "회의 결과 보도본부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이며, 단일화 논의 등 예민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건이 더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KBS보도본부는 "5일 한겨레, 경향 등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기사화한 데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해당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S 기자협회의 판단은 달랐다. KBS 기자협회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박근혜 후보가 수락할 때까지 토론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토론에 참석하겠다고 수락한 후보들을 대놓고 우롱하는 행위"라며 "이화섭 보도본부장은 보도 책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박근혜 후보가)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하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 (토론순서를 맨 마지막에 해달라고) 요구를 한 것은 명백하게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서 형평성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일 마지막 순서를 고집하는 것은 두 후보의 토론을 모두 지켜본 뒤 그에 맞는 대응논리를 마련해 토론에 참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누가봐도 대선후보로서 당당하지 못한 태도이며, 이를 눈치보는 언론사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똑같은 조건과 기회를 줬음에도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 거부하는 후보까지 고려해야 하는가? 참석은 후보 자유지만 후보들을 비교 검증할 수 있는 토론 프로그램은 KBS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대국민 서비스"라며 "더욱 문제인 것은 본부장의 이 같은 결정이 '박근혜 후보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토론회는 진행돼야 한다'는 KBS 토론방송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이화섭 본부장을 향해 "당장 토론회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며 "만약 이 같이 상식적인 요구마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자협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화섭 본부장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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