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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여당 이사들, 사장 후보 단독면접 강행시 파업"[인터뷰] '단식4일째' 김현석 KBS새노조위원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11.05 17:24

국민들이 매달 수신료 2500원을 납부하는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3년만에 바뀌지만, 여론의 주목도는 높지 않다. 국회 증인 출석 요구조차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의 '막강함' 때문일까? 정확히 3년 전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이 선임된 이후 '블랙리스트 논란'을 비롯해 언론사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사안이 줄지어 터져나왔고 다시 3년만에 KBS의 수장을 뽑는 엄중한 시기가 다가왔으나 시민들의 관심도는 높지 않아 보인다.

   
▲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오른쪽)과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부본부장(왼쪽)은 2일 삭발을 단행했으며,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한다. ⓒ곽상아

이런 무관심의 배경에는 KBS 이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 하고 있다. 사장 임명제청 권한을 가진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인 탓에 의사결정시 '국민'이 아닌 '정부ㆍ여당'의 의중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 이사회는 이번에 사장 선임을 진행하면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 국민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 KBS 양대 노조가 이사회에 요구했던 △특별다수제 도입 △시민사회인사를 포함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장 자격요건 강화 △국민청문회 등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5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KBS 사장 선임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며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 핑계만 대고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오로지 '정권의 오더'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BS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과 KBS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에 대해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야당 이사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회의를 강행해 사장후보지원자 전원을 면접보기로 결정했다.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의 '회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6일 간담회를 거쳐 9일 사장후보자 면접을 강행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삭발, 단식투쟁'에 돌입한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아직까지는 여당이사들도 확실하게 '이대로 밀어붙인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정권이 어떻게 오더를 내릴지 모르겠으나, 면접도 단독으로 진행하겠다고 하면 바로 '파국'"이라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단식 4일째다. 힘들지는 않나

(올 초 새 노조 파업 당시에는) 몸 상태가 괜찮은 상태에서 단식에 돌입했는데, 이번에는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단식에 돌입해 몸이 좀 힘들다. 머리도 아프고.

- KBS 여당 이사들이 사장 후보 지원자 전원을 면접보기로 결정했는데.

만약 3~5배수로 압축했다면 곧바로 '파국'을 맞았을 텐데, 어쨌든 여당 이사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이대로 밀어붙인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고 있는데.

여당 이사들은 정말 지금까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야당 핑계만 대고. 지난달 양대 노조는 △특별다수제 도입 △시민사회인사를 포함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장 자격요건 강화 △국민청문회 등을 이사회 측에 요구했으나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무런 검증 절차도 없이 자기들끼리 서류보고 면접 보겠다니. 말도 안 된다.(쿨럭) 그냥 정권의 오더를 받아서 가겠다는 것 아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도 전혀 없다. 국민들이 KBS 사장 선임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지금 7명의 여당 이사들은 오로지 '정권의 의중'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 이대로 여당 이사들이 단독으로 사장면접을 진행하고, 임명제청까지 할 것으로 보나?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핵심은 정권이 여당 이사들을 얼마나 압박하느냐다. 만약, 정권이 오더를 내리면서 '밀어붙이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하면 좀 더 시간을 끌 것이다. 지금 여당 이사들이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오더 내리기만을 기다리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나, 자신있다면 한번 해보라.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 여당 이사들은 6일 간담회에서 면접 절차와 방식을 논의하고, 9일 전원 면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지할 것인가?

내일(6일) 간담회 결과를 본 이후에 최종 결정하겠지만, 면접도 단독으로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파국'이다. 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 일부 여당 이사는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으나, '반드시 야당 이사들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자고 제안했던데.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의 취지는 수적으로 열세인 야당 이사들에게 '비토권'(거부할 수 있는 권리)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회의에 반드시 참석하자고 하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줄 테니 거부하지는 말라'는 것 아닌가?

- 여당 이사들은 '사장선임일정 중단' 요구에 대해 "KBS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일축하고 있는데.

제대로 절차를 갖춰서 가자는 게 왜 독립성 훼손인가?

-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사장이 교체된다. 사장이 누가 되더라도, 대선 결과에 따라 KBS가 격랑에 휩싸이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많다.

그렇다. 어느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는 상황에서, KBS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어느 정권이 출범하든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사장을 뽑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여야 이사 양측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다.

이 정부 들어서 여당 이사들이 호텔에 모여 정권의 낙점을 받은 인물을 뽑은 게 벌써 2번(이병순, 김인규)이다. 지난번 이사회 역시 '독립적으로 (김인규 사장을) 뽑았다'고 했지만, 결국은 '(정권의) 오더'였다. 그런데 이대로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절대 그럴 수 없다.

사실 새 노조는 '개혁적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많이 포기한 것이다. 개혁적 사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정도의 사장을 뽑아야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KBS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요구한 것이었는데, 여당 이사들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놓고 어떻게 '독립'을 말하는가. 자신들부터 먼저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대선 이후) 우리가 여당 이사들이 정권의 오더를 받아 뽑은 사람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가?

여당 이사들은 KBS 감사를 뽑을 때조차 홍성규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문자를 보내서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라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감사 뽑을 때도 방통위에 묻는 이들이 사장을 과연 독립적으로 선임할 수 있겠는가?

(지난 9월 말, 홍성규 방통위원이 KBS 보궐감사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홍성규 위원은 언론인터뷰에서 '관여한 적 없다' '문자받은 기억은 있으나 누가 보냈는지 잘 기억 안나고 답을 보내지도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 벌써 KBS 내부의 기득권 세력들이 몇몇 후보들을 대상으로 줄 서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려스럽다. 지난 5년간 KBS를 농단했던 세력들은 이번에 누구를 사장으로 세워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특정 인물을 선정하고 (선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기존 노조의 간부를 했던 이들, 현 정권 들어서 주요 보직을 차지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이병순 사장 시절 이병순 사장을 잘 모시며 살아남았고, 김인규 사장으로 바뀌니 곧바로 갈아탔다. 이제 김인규 사장이 끝물이니까 또 다른 인물들을 찾아가고 있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파면, 해임, 좌천, 삭발, 단식 등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위원장에게 KBS는 무엇인가?

KBS 자체가 의미있다기 보다 KBS에 남있는 후배들, 동료들이 소중하다. (정연주 사장 해임 등) 부당한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먼저 싸우자고 이야기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나와서 싸웠다가 징계도 당하고 힘든 일을 겪었다. 나를 믿고 나서줬던 사람들을 이대로 버리고 갈 수 없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다. 그래서 위원장을 맡으라고 할 때도 '더 이상은 힘들어서 싫다'고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내가 '언론 자유'에 대한 대단한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나를 싸우게 만든다. 피할 수 없다.

- 5일을 기준으로 김인규 사장의 임기가 딱 18일 남았다. 김인규 사장을 보내며,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앞서 말했던 KBS를 농단해온 세력들이 사실은 김인규 체제를 떠받쳐온 인물들이다. 김인규 사장은 '특보'라는 꼬리표 때문에 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3년동안 KBS를 마음껏 농락해 왔다. 그 사이에 KBS 신뢰도가 하락하고, 정말 많이 망가졌다. 없었어야 했던 '김인규 3년'이다.

사실 KBS 내에서는 '(MB) 특보가 오면 정치적으로 힘이 상당하니까 수신료 인상이 이뤄질 것이다'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으나, 코리아뷰를 비롯해서 김 사장이 취임 초에 말했던 것 중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김 사장은 정치적인 게임, 정치적인 협상을 통해서 수신료 인상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은 정권과의 관계 보다 KBS가 국민들로부터 동의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바뀌는 지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막판에 연임 의사를 접은 것 하나만 칭찬받을 만하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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