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출신의 전·현직 언론인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최용익 MBC 논설위원)이 최근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KBS 흔들기'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 등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를 상대로 쓴소리를 던졌다.

새언론포럼은 27일 집행부 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현재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내용상의 모순과 더불어 전략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면서 "정 사장이 퇴진할 경우 낙하산 사장의 임명은 짜여진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의 KBS 정연주 사장 퇴진 기도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권력 대 1987년 이후 진전돼 온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려는 시민사회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KBS 장악 이후의 수순은 무엇이겠는가? MBC 민영화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양대 공영방송사가 정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990년 4월 'KBS 낙하산 사장' 서기원씨 임명에 반대하며 총파업, 구속과 해고 사태 등 방송사상 최대 규모의 방송독립 투쟁이 벌어졌던 역사를 떠올리며 "'KBS 장악기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KBS 노조의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KBS 내부는 90년 4월 당시처럼 통일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노조는 어떻게 이를 막아내겠다는 것인가"라며 "시민사회와 노동계 일각에서 KBS 노조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들은 "KBS 노조는 정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방송장악 반대투쟁에 나서고, KBS 구성원들은 현 상황의 엄중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조도 현 상황 타개를 위한 활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사장 개인의 자질과 능력, KBS 구성원들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정 사장 퇴진을 통한 낙하산 사장 입성, 공영방송 흔들기'로 이어지는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 '방송구조 개편 등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KBS본부는 "방송구조 개편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KBS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은 정연주 사장의 결단 뿐"이라며 정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정과 정권 차원의 정 사장 퇴진 압력 가시화 등 '공영방송 흔들기'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 KBS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KBS본부가 투쟁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새언론포럼이 낸 성명 전문이다.

KBS 노동조합은 '정사장 퇴진'이 아니라 '방송장악' 반대 투쟁에 나서라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기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 정권의 KBS 장악을 위한 수순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한다. 그만큼 주도면밀하고 일사불란하다.

KBS 장악작전의 첫 번째 목표는 정연주 사장의 강제퇴진에 있는 듯하다. 두 차례에 걸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김금수 KBS 이사장에 대한 정사장 퇴진 압박, 친여성향의 KBS 이사들의 정사장 사퇴권고 결의안 추진, 반대파 이사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경영평가단의 보고서 조작논란 등의 조치들은 하나같이 정연주 사장을 겨냥한 것이다.

정사장 퇴진 후의 수순도 공개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구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언론특보 K씨-를 후임 사장에 앉힌다는 것이다.(기자협회보 5월 21일자 손관수 기자 기고문 'KBS를 꺾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참조)

손 기자의 글을 인용한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권력에 눈먼 자들의 몰염치의 극치다. 최근 KBS를 둘러싼 낯뜨거운 사태들은 '정권의 KBS 장악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기획의 핵심 연출자는 청와대다."

KBS 장악 이후의 수순은 무엇이겠는가? MBC 민영화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렇게 양대 공영방송사가 정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수구족벌신문연합인 조중동에 의해 왜곡, 편향된 한국사회 공론장의 균형추를 그나마 잡아오던 공영방송의 몰락은 5공 독재로의 회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국면에서 KBS와 MBC의 중요성을 국민들은 똑똑히 목격했다. 국민들은 후안무치하게도 불과 1년 전 자신들이 썼던 기사와 주장을 180도 뒤집었던 조중동의 농간에 넘어가지 않았다.

KBS 장악은 단순히 방송사 하나를 접수한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공기업의 민영화 등 전면적인 신자유주의의 확산기도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교육과 의료, 노동, 복지 부문에서의 사기업화, 사영화 작업이 시도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맥락에서 이명박 정권의 KBS 정연주 사장 퇴진기도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권력 대 1987년 이후 진전돼 온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려는 시민사회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사장 개인의 자질과 능력, 또는 KBS 구성원들의 정사장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사회적 맥락에서의 의미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같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KBS 노동조합의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KBS 노조는 주지하다시피 저 빛나는 '1990년 4월투쟁'의 주역이다. '4월투쟁'은 서기원이라는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출근거부와 총파업 투쟁으로 수많은 KBS인들의 구속과 해고사태를 불러왔던 방송사상 최대규모의 자주권 독립투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KBS 노조의 주장은 내용상의 모순과 더불어 전략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정 사장이 퇴진할 경우 낙하산 사장의 임명은 짜여진 수순이다. 또 KBS 내부도 90년 4월 당시처럼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노조는 어떻게 이를 막아 내겠다는 것인가? 그럴만한 동력이 있기는 한 것인가? 시민사회와 노동계 일각에서 KBS노조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지난 20여년동안 각 언론사 노조와 언론노련, 언론노조에서 집행부 활동을 했던 우리들은 선배로서 쓴 소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따라서 우리는 KBS 노조와 KBS 구성원, 그리고 언론노조에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1 .KBS 노동조합은 정부에서 획책하고 있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방송장악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

2. KBS 구성원들은 현 상황의 엄중성을 직시할 것을 호소한다.

3. KBS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현 상황 타개를 위한 활동에 즉각 나설 것을 호소한다.

2008년 5월 27일
새언론포럼 집행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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