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의 임기만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사장 임명제청 권한을 가진 KBS 이사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11월 MB 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급기야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수신료 인상'을 위해 KBS 정치부 기자가 민주당 회의를 불법도청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등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

▲ 2009년 11월 19일, 여당 이사 6명의 표를 받음으로써 'KBS 차기 사장 후보자'가 된 김인규씨가 'KBS 사장'으로서 첫 출근을 하던 2009년 11월 24일 아침의 모습. KBS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인해 김 사장은 한 차례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곽상아

현재 KBS 구성원들이 KBS 이사회에 바라는 것은 '특별의사정족수제' 수용이다. 특별의사정족수제란, 이사회가 사장 선임과 관련한 회의에서는 의사정족수를 현행 '재적이사 과반 출석'(6명)에서 '3분의 2'(8명)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총 11명의 이사들 가운데 여야가 7:4 비율인 탓에 현재로서는 여당 이사들만의 출석으로도 회의가 개최될 수 있기 때문에, 낙하산 선임 방지를 위해서는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특별의사정족수제'는 구성원들의 당초 요구사항이었던 '특별다수제'(특별의결정족수제)에서 후퇴된 제안이다. 특별다수제란,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현행 '재적이사 과반 찬성'(6명)에서 '3분의 2'(8명)로 강화함으로써 여당 이사들의 일방적인 사장선임 표결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였다. 정확히 3년 전, 2009년 11월 19일에도 김인규 사장은 여당 이사 6명의 표를 받으며 'KBS 차기 사장 후보자'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러나, KBS 여당 이사들이 방송법 조항에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46조)가 명시된 탓에 방송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특별다수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함에 따라 '의결정족수'가 아닌 '의사정족수'만이라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 방송법은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의사정족수'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언급이 없다. 때문에, KBS 정관만 개정한다면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KBS 양대 노동조합이 3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몇몇 법무법인 역시 '특별의사정족수제 도입'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노동조합 측에서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법무법인 지평지성은 "KBS가 정관으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을 이사회 의사정족수로 규정하는 것은 적법하며, 방송법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법무법인 청맥 역시 "관련 법리와 판례에 비추어볼 때 상위법(방송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노조 측에 "일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으나 여, 야 추천이사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정관 규정 개정의 공익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사장 제청시 의사정족수 강화를 위한 정관 개정은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BS양대 노조는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률 자문을 통해 방송법 개정 없이는 특별의사정족수제가 불가능하다는 여권 이사들의 논리가 근거를 잃어버렸다"며 "여권 이사들은 더 이상 자의적인 판단으로 독립적 사장 선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거부하고 길환영, 고대영, 강동순, 권혁부 등 부적격 인사들을 낙점하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이사회 보이콧'을 선언했던 KBS 야당 이사들도 31일 오후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KBS 내부 구성원들을 대변하는 두 노동조합이 밝혔듯이, 의사정족수 강화는 법률적으로 가능한 '합법'의 영역에 있다"며 "요컨대 '사장 선임'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사정족수 강화는 이사회 '의지'의 문제"라고 촉구했다.

야당 이사들은 여당 이사들을 향해 "의사정족수를 강화하는 KBS정관 개정안을 방통위에 제출할 용의가 있는가?" "정연주 전 사장 대법원 해임취소 판결에 대한 후속조처를 진지하게 논의해 결정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전향적인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선임일정 준수만을 요구하는 것은 또 한 번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는 일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31일 오후 5시 30분 현재 KBS 여당 이사들은 야당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아 여당 이사들만의 정기 이사회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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