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창간된 미디어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노동조합이 창간 17년만에 첫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 분회(분회장 정재수)는 지난 26일 긴급 총회와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쟁취'를 내걸고 29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 미디어오늘 홈페이지(www.mediatoday.co.kr) 캡처

언론노조 미디어오늘 분회에 따르면, 미디어오늘 분회는 24일 총회를 통해 11월 새롭게 교체되는 신임 편집국장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편집국장 교체 시 임명동의제를 원칙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데 총의를 모으고 25일 노사협의회에서 이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이완기 미디어오늘 사장은 이 자리에서 편집국장 임명과 관련해 TF팀을 만들어 논의를 하자면서도 '개인적으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기 사장은 노사협의회 직후 열린 편집국 구성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주주의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임명동의제는 우리 같이 작은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 '이익보다 폐해가 많다' 등의 발언을 하며 임명동의제를 도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며, 이에 편집국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의사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 분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미디어오늘은 올해 MBC, KBS 등 언론계 총파업의 화두였던 편집권 독립과 사장 선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제안과 비판을 해왔으나 정작 내부에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다"며 "임명동의제 도입이 필요없다는 이완기 사장의 뜻은 미디어오늘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은 것과 같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분회는 "(그동안) 편집국장 교체 시기마다 노사 문제가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구성원이 조직을 떠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지난 2009년 이완기 사장 취임 이후 무려 4번이나 편집국장이 교체됐고, 그때마다 노사 갈등이 불거져왔다"며 이완기 사장을 향해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즉각 도입하고, 민주적인 조직 운영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분회는 "파업에까지 나선 이유는 이완기 사장과 구성원 사이 소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완기 사장은 구성원들을 존중하거나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것밖에 생각을 못해오느냐'라거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느냐'는 등 노조의 문제제기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일삼았고, '노조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노조를 훈계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 노사에 따르면, 미디어오늘 대주주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이강택 위원장은 27일 '(편집국장 임명과 관련해) TF팀을 구성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안을 만들고, TF팀 결과를 사장이 무조건 수용한다' 'TF팀에 사장은 배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미디어오늘 분회는 28일 사측에 'TF팀은 11월 내에, 편집국 구성원들의 찬반투표를 포함한 편집국장 임명제도 개선안 등을 만든다'고 사측에 최종 제안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 편집국 기자 12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11명 전원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미디어오늘 사측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용성 미디어오늘 경영기획실장은 2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임명동의제 또는 그에 준하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지 기술적으로 결정된 게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일방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고 "파업에 돌입할 게 아니라 들어와서 함께 논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용성 실장은 "미디어오늘의 경우 편집국장이 등기이사를 겸임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선임을 한다. 이사회에서 선임되기 전에 임명동의제를 거쳐야 할지, 아니면 이사회에서 선임된 이후에 동의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며 "미디어오늘만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노조가 25일 노사협의회에서 '임명동의제'를 들고 나왔고 26일 무단 결근을 한 채 곧바로 파업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철운 미디어오늘 분회 홍보국장은 "TF팀 구성을 봤을 때 논의 결과가 '임명동의제 수용'으로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TF팀은 노사 2명씩으로 구성되는데, 사측에서는 편집국장과 경영기획실 관계자가 나온다"며 "과연 TF팀에 사장의 뜻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정철운 국장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는 미디어오늘의 대주주인 언론노조 차원에서도 권고하는 사항이다. 굉장히 상식적인 요구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그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신임 편집국장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향후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임명동의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기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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