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도심시위에 대해 경찰이 배후세력 운운하며 ‘강경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일단 여론을 살피며 대응수위를 고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경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돌이켜본다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과 학생을 연행해가는 몰지각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지만 ‘대놓고’ 폭력진압은 못한다.

방송뉴스 역시 과거에 비해 진일보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경찰의 폭력진압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아 논란을 빚긴 했지만, 26일 메인뉴스를 보면 왜 시민들이 도심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나오고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화면에 반영됐다. 촛불시위 현장을 연결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네티즌들이 생중계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과거 시위에 대해 방송사들이 어떤 보도태도를 보였는지 상기해본다면 그래도 좀 나아졌다는 평가는 내릴 수 있다.

80년대식 사고방식에서 헤매고 있는 조중동

▲ 조선일보 5월27일자 3면.
그런데 과거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곳이 있다. 조중동이다. 오늘자(27일) 조선일보 3면 기사 제목이 <반정부 구호 부쩍 늘어 … 배후세력 있는지 촉각>이다. 경찰의 주장, 아니 정확히 말해 경찰 수뇌부의 입장을 거의 여과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 기사의 제목을 보면서 기사를 읽다 보면 그냥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기사의 논리가 이렇다. 최근 촛불집회에서 반정부 구호가 나오는 등 조직적인 배후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연행된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물증도 없다 → 검경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 하지만 계속 배후가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거 무슨 검경과 조선일보가 합동으로 <무한도전> 찍는 것도 아니고 참 그냥 우습다는 말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조선일보 제목처럼 최근 촛불집회에서 ‘반정부 구호’가 부쩍 많아지는 건 맞다. 그런데 그렇다고 배후가 있는지를 수사하겠다는 건 80년대식 사고방식이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지금 조선일보는 촛불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조사도 돼 있지 않다. 현장 취재도 안하고 있다는 게 여기서 드러난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자유발언 등을 통해 왜 자신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지 이미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조선일보 정색을 하고 “반정부 구호가 많아지네 … 이거 배후 있는 거 아냐”라고 말한다. 참 촌스럽기 그지 없다.

촛불집회에 조선 중앙 동아일보 기자증 달고 ‘당당히’ 취재하라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워낙 조중동을 ‘욕’하기 때문에 현장 나오는 게 어느 정도 두려울 거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현장에 나와서 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반정부 구호’ 몇 마디 등장했다고 ‘배후세력’ 운운하는 촌스러운 지면 구성이 계속될 것 같기 때문이다. 방송뉴스도 좀 살피고 강력한(!) 경쟁지인 경향신문과 한겨레 지면도 좀 분석하면서 지면을 제작했으면 싶다. 그리고 촛불집회 참석자들의 ‘쓴소리’도 현장에서 좀 듣고.

▲ 동아일보 5월27일자 10면.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해 더 촌스럽다. 사진으로 치면 옛날 80년대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지금 다시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1면에서 정부 당국의 ‘불법세력 엄벌 방침’이 실려 있고 관련기사 10면에는 구호가 갈수록 과격해져서 ‘촛불집회’가 일그러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동아일보가 촛불집회에 대해 이렇게까지 성원하고 있는 줄 몰랐다. 그동안의 지면 구성을 보면 정말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자신들이 ‘우기고’ 있으니 그렇다고 인정을 하자. 그런데 동아일보 기사 중에 좀 깨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다.

“시위대는 경찰의 허점을 노릴 정도로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그냥 웃자. 도심으로 나가려다가 경찰이 막고 있으면 자신들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조금은 우왕좌왕 하면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게 지금 도심시위대들의 모습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좌충우돌이라고나 할까. 오! 물론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촛불집회 참여에서 도심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사실.

조중동 기자들, 제발 요즘 네티즌에 대해서 공부 좀 해라

아마 80년대나 90년 초반 시절 이른바 시위라는 걸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도심시위대가 얼마나 ‘비조직적이고 네티즌적으로’ 움직이는지 한 눈에 딱 들어온다. 그런데 동아일보, 정색을 하고 “시위대는 경찰의 허점을 노릴 정도로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가 <무한도전> 찍으니 동아일보는 <1박2일>로 승부를 보려는 건가. 시위대 열심히 쫓아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그들’의 주장이나 요구가 없다. 그러니 오늘자 지면 같은 ‘오버’가 나오는 것이다.

▲ 중앙일보 5월27일자 5면.
중앙일보. 5면 기사 제목이 <몸 싸움 2∼3분 만에 인터넷에 동영상…‘자전거 선발대’도>다. 정말 ‘애 쓴다’라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뭔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이미지를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뽑아낸 제목이다.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최신 첨단휴대폰 ‘선전’해 댈 때는 언제고 그걸 가지고 네티즌들이 촛불집회에서 현장 활용을 하니까 화들짝 놀라고 있다.

자전거 선발대도 마찬가지. 아니 80년대식으로 쇠파이프나 화염병을 든 것도 아니고 자전거 타고 선발대로 나선 사람들이 그렇게 ‘위협적이고’ 두려운가. 오버 좀 그만하시고 네티즌에 대해서 공부 좀 하시라. 그리고 조중동 기자증 달고 당당하게 현장에도 좀 나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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