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5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6일, KBS가 대선후보 여론조사 보도에서 교묘하게 박근혜 후보를 편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KBS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모두 6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9시 뉴스에서 보도했다. KBS 새 노조는 이를 분석하고 "특정 후보에게는 유리하고 특정 후보에게는 불리한 내용이 다수 있었다"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수칙 조차 지키지 못한 잘못된 보도가 태반이었다"며 25일 KBS 대선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과방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인규 KBS 사장, 최재훈 KBS노조위원장,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대선 때까지 3자가 함께하는 대선공정방송위원회를 운영하고 대선 보도와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새 노조는 KBS 대선보도에 대해 △여권 편향의 불공정 조사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보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KBS가 여론조사에서 여권 편들기식 불공정 질문을 하고 있으며, 가상대결 질문에서 '단일화'를 배제한 채 '박근혜 대세론 굳히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10월 7일 KBS 9시뉴스 보도

새 노조가 '뜬금없는 여권 편들기식 불공정 질문'으로 지적한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질문. OO님께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10월 7일 KBS 9시뉴스 보도)
- 대통령 후보인 만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58.5%)
- 네거티브 정치공세로 자제돼야 한다(34.2%)"

대통령 후보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 이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묻는 것 자체가 '여권 편들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박근혜 후보를 향해서도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박근혜 후보 검증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의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KBS가 비슷한 수치를 놓고 여당에는 유리, 야당에는 불리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 KBS가 실시한 2가지 질문을 비교해 보자.

질문. 19대 국회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원들의 세비 반납을 추진하고, 민주당은 개원 지연에 따른 비난을 돌리려는 정치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는데요, OO님께서는 다음 중 어떤 의견에 조금이라도 더 동의하십니까?

- 개원을 못했으니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반납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다(43.7%)
- 일을 제대로 할 생각은 안하고, 비난만 피하려는 '정치적 쇼' 같아 안 좋아 보인다(48.7%)

질문. OO님께서는 5.16에 대한 다음 주장 중 어떤 주장에 더 공감하십니까?

-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쿠데타였다(42.7%)
- 그 당시 가난과 안보적 위험 상황에서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44.2%))

위와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한 KBS의 보도태도는 어땠을까? KBS 9시 뉴스는 6월 25일 새누리당 세비반납 여론조사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세비 반납 움직임에 대해선 정치적 쇼 같아 안 좋아 보인다는 응답과 잘 한다는 응답이 비슷하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쇼'(48.7%)라는 응답과 '반납해야 한다'(43.7%)는 응답의 차이가 5% 포인트 차이가 나자 '비슷하게 나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 7월 25일 KBS 9시 뉴스 보도

그런데, KBS 9시 뉴스는 5.16이 '군사 쿠데타'(42.7%)라는 응답 보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불가피한 선택'(44.2%)이라는 응답이 1.5% 포인트가 많은 것으로 나오자 '비슷하게 나왔다'고 표현하지 않고, 7월 25일 9시 뉴스에서 "5.16은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군사 쿠데타' 보다 조금 많았다"고 보도했다.

새 노조는 KBS가 야당에게 유리한 응답이 여당에게 유리한 응답보다 5% 포인트 많이 나왔을 때는 '비슷하다'고 표현하면서, 여당에게 유리한 응답이 1.5% 포인트 많이 나왔을 때는 '조금 많았다'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어떻게든 여당에는 유리, 야당에는 불리하게 보도하려는 노력"이라고 꼬집었다.

또 새 노조는 "KBS가 유독 유권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안철수, 문재인 단일화 시나리오는 가상대결에서 배제하고 있다. 가상대결 질문에서 '단일화'라는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세론을 굳히려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KBS가 서로 다른 달에 조사된 결과를 비교할 때는 비교를 위한 오차 범위를 다시 계산해서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상식적으로 볼 때 지극히 근소한 차이에도 '누가 앞섰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KBS 뉴스의 가상대결 보도 내용을 꼼꼼히 보면 어떻게 하든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 사측은 25일 대선공정방송위원회에서 '여권 편들기식 질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선거 질문에 대한 검증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다른 달에 조사된 결과를 비교할 때 비교를 위한 오차범위를 다시 계산해서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누가 앞섰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조의 지적이 타당한지) 전문가들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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