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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송출분쟁 '중재'로 공정경쟁 물꼬?[IT뉴스 따라잡기] 최시중 방통위원장 중재 성공 '의기양양'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5.27 09:59

tvN 송출 분쟁이 일단락됐다. 스카이라이프와 CJ미디어는 26일 오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tvN 채널을 스카이라이프에 다시 송출하기로 합의했다. tvN 채널을 소유한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인 CJ미디어가 지난 1월 1일 위성방송 송출에 따른 저작권 부담, 위성중계기 사용료 문제, '케이블 온리(only)' 전략 등을 이유로 스카이라이프 공급을 끊은지 5개월여 만이다. 스카이라이프는 그동안 CJ미디어의 채널송출이 몇차례 중단되자 '시청권 침해' '채널 편성권 침해'라며 반발해왔다.

   
  ▲ 전자신문 5월 27일자 5면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 대부분은 이르면 6월 1일부터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CJ미디어의 케이블 채널 tvN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결과만 전달하는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조정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은 없다.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없는 지에 대한 점검도 찾아볼 수 없다. 

해묵은 송출 분쟁, 재발될 소지는 없나

대신 tvN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낸, 최시중 위원장의 중재로 양사의 분쟁이 타결된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최시중 위원장이 두 사업자 대표 사이에서 양손을 맞잡고 미소 짓는 방통위 제공 사진이 인터넷과 신문 지면에 똑같이 실리고, 타결 내용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최 위원장의 발언이 일제히 인용된 것만으로도 정황은 충분하다. 사업자간 분쟁이 생길 때마다 최시중 위원장이 직접 나서 중재를 통한 해결을 시도할 것인가, 그것이 과연 능사인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여기에 관심을 두는 언론은 없다.

스카이라이프와 CJ미디어의 송출 분쟁은 여러가지 논쟁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 MPP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만 채널을 공급하려는 '케이블 온리'도 이번 송출 분쟁의 한 배경으로 봐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신규 미디어 서비스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탓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시청자 권익'과 '콘텐츠제공사업자의 사업권' 사이에서 콘텐츠 동등접근의 범위와 의무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IPTV 시행령 제정을 둘러싸고 케이블TV, 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사업자 등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붙고 있는 PAR(프로그램 액세스 룰) 문제와도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방송사업자·언론, "시청자 권익 침해" 지적·우려 없어

게다가 이번 방통위 조정에서 핵심 쟁점이기도 한 수신료 문제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추후 협의로 미뤄지면서 불씨를 남겨둔 셈인데 방통위는 자화자찬에 신이 났고, 언론은 이러한 내용을 별다른 비판이나 분석없이 받아쓸 뿐이다.   

   
  ▲ 디지털타임스 5월 27일자 4면  
 
전자신문은 27일자 5면 <손잡은 CJ미디어·스카이라이프>에서 방통위의 이번 조정 결과에 대해 여전히 해결 과제(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각종 규제완화)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과거 방송위가 동일한 사안을 놓고 수차례 조정을 유도했는데도 제대로 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사업자간 갈등만 키웠던 것과 분명하게 대비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J미디어와 스카이라이프에 대해서도 "tvN 송출 중단 이후 제기됐던 시청자 권익 침해 및 불공정 거래 등을 향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면죄부를 줬다. 과거 행태야 어찌됐든 시청자들이 다시 tvN을 볼 수 있게 된 '결과'와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규제완화' 장치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특히 관련 소식을 다룬 모든 언론이 인용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은 곱씹어 볼 대목이 많다. 26일 오전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이번 타결은 비단 양사만의 결실이 아니라 우리 방송시장이 보다 성숙해가고 있다는 반증이자 신호"라고 평가하며 "양사가 방송시장의 상호협력과 공정경쟁 기반 조성의 물꼬를 터준데 대해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어보자. CJ미디어와 스카이라이프의 '해묵은 갈등'으로 인한 채널 송출 중단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누구인가? 아무리 사업자끼리의 계약 문제라고 해도 시청자와의 약속인 방송채널 송출이 번번이 중단되는 사태가 반복되는데도 방송시장이 성숙해가고 있다는 반증이자 신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정경쟁 기반 조성 물꼬?" 사태 재발하면 그땐 누구에게 책임 물을까

게다가 '이번 타결'을 "양사가 상호협력과 공정경쟁 기반 조성의 몰꼬를 튼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지도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성급하게 의미를 부여하려는 방통위의 조바심은 이해가 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중재 시도가 성사돼 타결 소식을 공표할 수 있게 됐으니 두 사업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각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 내부 고위 인사 잡음, 정책 표류 등으로 여기저기에서 비판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로소 방통위가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으니 의기양양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생색내기와 자화자찬이 아니다. 방송사업자는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아니라 공익성과 공공성, 시청자 권익에 대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습적으로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무시하는 횡포가 반복되는데도 중재를 빌미로 다독이고 솜방망이 조정에만 그친다면 방통위는 스스로의 권위와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방송법 76조는 "방송사업자는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가격과 차별행위가 드러날 경우 방통위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몇개월씩 시간을 허비하면서 솜방망이 조정에 나서고, 사건이 재발이 될 때마다 중재만 할 것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통위에게 시급하게 제기되는 역할은 시청자를 볼모로 한 분쟁 사태가 또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필요한 시스템과 규제 조치를 정비해 시청권 침해를 방지하는 일이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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