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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용도 모른 채 KTV와 'MB연설 동시방송'100회 특집방송 수중계에 "김인규ㆍ길환영 정권 줄대기" 비판나와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10.12 15:19

KBS가 국정홍보방송인 KTV가 제작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 100회 특집 방송을 수중계하기로 결정하면서, KBS 내부에서는 'KBS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치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S는 1TV <뉴스광장>의 뉴스 시간까지 단축해 15일 아침 7시 30분부터 25분 동안 KTV 제작의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100회 특집 방송을 수중계한다. KTV가 제작함에도 불구하고 KBS의 조수빈 아나운서가MC를 맡게 됐으며, 국정홍보방송인 KTV와 공영방송인 KBS가 주례연설 100회 특집방송을 동시에 내보내는 해괴한 모양새가 연출되게 된 것이다. 

   
▲ 라디오 주례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KBS는 내부 회의에서 대통령 연설 100회 특집방송에 대해 '대통령은 국정책임자로서 임기 말 국정정리의 의미가 있다'고 평했으나, 정작 대통령 주례연설에 어떤 내용이 담기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등 기본 정보조차 갖지 못한 채 수중계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호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는 12일 오후 새 노조 기자회견에서 "당초 보도본부가 '대통령 주례연설을 뉴스 안에서 소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 어제(11일) 시사제작국으로 (수중계) 지시가 내려왔다"며 "왜 입장을 바꿨냐고 이화섭 본부장에게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더라. 들리는 말로는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화섭 보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게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문호 간사는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담당부서인) 보도본부에서는 포맷, 내용에 대한 정보 자체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수중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성도 KBS 새 노조 정책실장은 "청와대가 100% 기획 연출하고, KTV로 방송되는 것을 KBS가 수중계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작년 2월에 <대통령과의 대화>를 청와대가 연출하고 방송3사가 받아서 중계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KTV의 방송을 있는 그대로 중계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가 정규 뉴스 시간을 축소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중계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김인규 KBS 사장과 길환영 KBS 부사장의 '정권 줄대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이나 길환영 부사장이 발가벗고 뛰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재철 MBC 사장이 '안철수 때리기'를 통해 연명하려고 하듯이, 차기 사장을 꿈꾸는 윗선 인사가 정권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사 20년이지만 KBS가 뉴스를 도중에 끊고 녹화 프로그램을 내보낸 경우는 없었다. 오늘(12일) 오후 2시 김인규 사장과의 면담에서 항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기호 KBS 새 노조 부위원장도 "뉴스를 끊을 정도면 상당한 속보성이나 편성 가치가 큰 사안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별로 크게 가치를 두지도 않는 연설을 아침 프라임 시간대인 7시와 8시 사이에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될 KBS 사장 공모와 관련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정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KBS가 KTV가 중계 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 100회 특집을 받아 TV에까지 녹화중계하기로 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 더욱이 그 녹화중계에 KBS 아나운서까지 보낸다니 공영방송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며 "임기 말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시용이든지 아니면 대선을 앞둔 정권홍보용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 같은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청와대와 KBS는 전파낭비에다 괜히 분란만 일으킬 것이 뻔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100회 특집 제작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차라리 '불통 특집'을 만들어 다음 정권의 반면교사로 삼는 게 낫겠다"고 지적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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