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및 9개 문화예술단체가 공개 토론회 자리에서 차기 정부의 문화 정책을 제안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담당자들은 “완성도 높은 정책이다”, “정책 기조가 일치한다”며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화답했다.

▲ 10일 낮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제 18대 대통령 선거 문화정책 공개토론회 - 다음정부의 문화 비전을 말하다'가 열렸다. ⓒ미디어스

10일 문화연대·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스포츠문화연구소·언론연대·영화단체연대회의·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제 18대 대통령 선거 문화정책 공개토론회 - 다음 정부의 문화비전을 말하다’를 열었다. 전효관 하자센터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차기 정부 문화정책의 10대 핵심 과제와 100대 세부 과제가 발표됐다.

문화연대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발제를 맡아 “현 정부 들어 문화정책 자체가 실종돼서 새로운 비전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며 “사회가 변할수록 문화의 비중이 커지기에 우리 사회에서 삶의 질을 바꾸는 큰 틀의 문화정책을 구상했다”고 문화정책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10대 핵심 과제와 부속된 100대 세부 과제를 관통하는 3가지 정책방향도 밝혔다. △문화의 위상 높이기 △문화 다양성 실현 △문화의 공공성 강화 등이다. 문화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과 일부의 문화 콘텐츠 독점 때문에 획일화된 문화를 다양화하며 개인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문화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1부 분야별 지정토론의 첫 주자였던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은 “자체적인 TF를 구성해 독립영화 정책을 짜고 있다”며 ‘문화예술정책이 부재한 현 정권’을 비판했다. 특히 “탄압에서 시작된 영역인 독립영화의 ‘자생’ 개념을 많이 고민한다”고 밝혔다.

김현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 위원장은 생산자 중심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아예 차기 정부 때 만국의 예술가들이 단결해 모든 예술가들의 밥그릇을 철밥통으로 하자고 나서야 한다는 재밌는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예술인 복지법이 전면 개정되어야 하며 문화예술인의 안정적인 근로계약이 명문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민예총 이사는 100대 과제 보고서의 미흡한 점을 짚었다. “국제 정세 변화에 덜 민감한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꾀하자”며 100대 과제에 ‘통일’이란 키워드가 빠진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예산과 사업이 늘면 지원받는 분야도 늘어나 좋지만 결국 그 기구가 예술가들을 장악하게 된다”면서 무분별한 기구 신설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스포츠 체육 분야 정책이 6개나 포함되어 있어 굉장히 고맙다”며 운을 뗀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차기 정부가 체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부가 얻고 싶은 것을 국민에게 강요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체육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경 한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시민 제작 콘텐츠에 대한 정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각각 분화된 콘텐츠 관리 업무를 각 부처가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 캠프 양현미 상명대 교수(좌)와 안철수 후보 캠프 장영화 변호사(우) ⓒ미디어스

2부에서는 18대 대선 후보자 캠프 문화정책 담당자를 초청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재인 캠프의 양현미 상명대 교수, 안철수 캠프의 장영화 변호사가 참석해 보고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불참했다.

문재인 캠프의 양현미 교수는 “핵심 키워드는 창조적 생태계 마련”이라며 “정책의 기본 골격은 갖춘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100대 과제에 대해 “굉장히 좋은 과제를 제안해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캠프의 장영화 변호사 역시 “완성도 높은 정책을 주셔서 넙죽 받아가려고 왔다”며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국민 포럼을 운영해 국민의 의견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획 포럼도 운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3부 자유토론 시간에 시민 박정준 씨가 “캠프 인사들이 왜 각 후보의 정책 총론조차 말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캠프 관계자들의 ‘소극적 발언’을 지적했다. 안 후보 쪽 장영화 변호사는 “20개월 같은 20일을 보냈다.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빠른 속도로 보충해 가도록 하겠다”며 답변을 대신했다. 문 후보 쪽 양현미 교수는 “문 후보의 입을 통해 직접 발표되길 바라고 있어 입을 다무는 중”이라며 “그만큼 문화 정책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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