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극의 역사를 새로 씀과 동시에 만드는 작품 족족 흥행시켜 시청률 제조기로까지 불렸던 이병훈PD. 헌데 그의 신작 <마의>의 반응이 영 심상치 않다. 이제 고작 4회 방영됐을 뿐이지만 현재 기류를 보면 "역시나 이병훈PD 작품답게 재미있어"가 아니라 "진부하다" "식상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거기에 지난 8일 3회는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 연장으로 무려 11시 반에 방영해서 그런지, <마의>는 지난 2회보다 무려 3%대 하락한 6.6%(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다행히 4회 방영분은 10%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어찌되었든 시청률 한 자릿수 기록은 이병훈PD 작품 가운데에서는 역대 최저 시청률에 속한다.

오히려 <마의>와 비교해 다소 열세로 평가되었던 KBS <울랄라 부부>는 매회 방영마다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마의>는 왜 예상보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걸까.

일단 아역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민이라는 여타 사극, 시대극들과는 달리, <마의> 아역들의 연기력은 하루라도 빨리 조승우가 나와 주길 간절히 바라게 한다. 연기력이 다소 미진한 아역을 통해 성인 연기자들의 부담을 낮추고(?) 본격적으로 성인 이후의 이야기에 몰입하고자 하는 이병훈PD의 노림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의> 아역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이병훈PD의 선택에 물음표만 남을 뿐이다.

거기에 현재까지 흘러가는 <마의>의 내용을 보면 이병훈PD의 전작들과 오버랩되는 '착각'을 겪는다. 물론 예전 작품들과 완전히 똑같이 전개되는 건 아니지만, 부모가 억울하게 역모죄로 몰려 어린 주인공이 고초를 치르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워 결국은 궁 안에서도 최고의 의원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이미 <허준>, <대장금>에서 봐왔던 스토리이다.

그나마 '한의사'라는 소재를 빼면 인물 구성이나 전개에 있어서 <허준>, <대장금>과 별 차이가 없었던 <이산>, <동이>는 영, 정조 시대 정치 이야기를 다뤄 큰 호응을 얻었지만, 현종 시대 명의로 이름을 알린 백광현을 다룬 <마의>는 한의학으로 인기를 끌던 <허준>, <대장금>과 판박이 성장기를 보인다.

애초 실존 인물 백광현은 말을 치료하던 수의사(마의)였지만, 말을 치료하면서 터득한 침술로 사람들의 종기를 제거하며 명망을 얻은 뒤 궁궐에 들어와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로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이다. 동물을 치료하는 천한 신분에서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외과술로 중추원부사 숭록대부라는 벼슬까지 받은 백광현의 일대기는 드라마로 제작하기에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백광현의 생몰년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터라 그의 어린 시절과 부모가 누구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마의>의 제작진은 역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백광현에게 원래 그는 뼈대 있는 양반 가문의 자손이었으나 부모가 억울하게 역모죄로 몰려 신분을 숨기고 천민이 된 기구한 팔자(?)의 옷을 입힌다.

그런데 왜 <마의> 제작진은 굳이 백광현에게 몰락한 명문가 자제라는 굴레를 씌웠을까?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오직 자신이 갈고 닦은 뛰어난 침술로 어의로까지 성장한 일대기를 그려냈어도 충분히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허준> 형 천재보다 더 큰 히트를 기록한 <대장금> 형 천재를 원했던 <마의> 제작진은, 장금이가 그랬듯이 백광현 또한 재능은 있으나 억울하게 역모로 몰린 부모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천부적인 자질을 뽐내는 슈퍼히어로로 만들어낸다. 그는 부모 때부터 이어진 질긴 악연으로 인한 고초와 음모를 주위의 도움과 자신의 초능력적 힘으로 극복하고 결국은 최고의 내의원으로 입지를 굳힐 것이다.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면 패턴이 달라질 수 있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마의>가 보여준 내용, 그리고 이병훈PD의 전작들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전개다. 남녀 성별이 바뀌고, 궁중 요리사에서 여자 의원으로, 마의에서 어의로 설정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현재 <마의>를 보면 MBC가 그토록 원하는 <대장금2>를 보는 기분이다. 명확히 <대장금2>라고 밝히진 않았어도, 의도적으로 <대장금>의 후광을 노렸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대장금> 시즌2를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결말이 훤히 보인다는 똑같은 레퍼토리와 인물간 갈등 설정, 부모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타고난 천재 강조는 이제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만약에 백광현이 처음부터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으나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어의로 성장하는 내용이었으면 시청자들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 불과 4회 방영했을 뿐이고, 저력과 관록이 만만치 않은 이병훈PD다. 거기에다가 시청자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조승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실망이 앞서지만, 백광현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를 재조명하는 드라마인 만큼 조승우가 등장하고 이야기 또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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