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초대된 이는 최근 MBC <골든타임>으로 연기파 배우 전성시대의 새 장을 연 배우 이성민이다. 최근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성민이기 때문에 <힐링캠프> 외에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물밀듯이 들어왔겠지만, 연기할 때와는 달리 조용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편인 이성민은 대중과의 소통 장소로 <힐링캠프>를 선택했다.

앞서 이성민의 출연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힐링캠프> 제작진의 보도처럼 이성민에게 예능 출연은 이번 <힐링캠프>가 처음이다. 최근 떠오르는 대세이면서도 사생활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성민은 <힐링캠프> 입장에서는 대박 중의 대박일 것이다.

거기에 이성민에겐 운이 좋아 단박에 뜬 벼락스타들과는 달리 25년 만에 첫 주연을 맡기까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연기를 향한 열정 스토리가 있었다. 방송에서 접하기 힘든 특급 게스트 섭외를 통해 1인 토크쇼의 최강자였던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없는 틈을 타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힐링캠프>라고 하나, 요즘 이성민을 향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도를 보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힐링캠프> 섭외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성민이 스타덤에 오른 이후 그가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배우라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그는 연극 무대의 산실 대학로가 아니라 대구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성민 외에도 대구에서 연기 첫발을 디딘 이희준(그는 이번 <힐링캠프> 이성민 편의 지원 사격으로 나오기도 하였다)도 인기리에 종영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대세남으로 떠올랐으니 그야말로 '메이드 인 대구' 배우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 25년 만에 최고의 스타 배우로 떠오른 이성민의 연기 인생은 역시나 녹록치 않았다. 무명 연극배우로서 오랫동안 고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는 시작부터 주변의 엄청난 반대에 배우 인생을 포기했어야 할 판국이었다. 경북의 조그마한 소도시에서 '연극영화과'를 지망하는 학생은 이성민이 최초였을 뿐만 아니라 평소 영화를 즐겨보던 아버지도 연기를 하겠다는 아들의 꿈만큼은 도시락 싸면서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만약 그때 이성민이 배우 인생을 포기했었더라면 우리는 <골든타임>의 최인혁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가 운명이었던 이성민은 연기의 꿈을 접고 영주에서 재수를 하는 도중 그 지방에 있던 극단의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부터 배고픈 연극배우의 길을 선택한다.

갓 극단에 들어간 신출내기들이 그랬듯이 전단지 붙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차츰 실력을 인정받은 이성민은 어느덧 대구 극단에서는 인정받는 배우로 성장한다. 하지만 '서울 대학로'라는 조금 더 큰물에서 자신의 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던 이성민은 처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상경하기에 이른다.

대구의 극단 생활 때부터 굶주린 배를 채우고자 커피 프림죽도 먹고 모기장도 없는 쪽방에서 살 정도로 안 해본 고생이 없었던 이성민이건만, 서울과 대구의 두 집 살림은 이성민은 물론 가족들에도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성민 스스로조차 만약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면 연기가 아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로 누구보다 처절하게 인생을 살아왔고 연기에 몰두했다. 무엇보다도 자칫 무모할 수도 있었던 남편의 꿈을 위한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모험이었다. 그래서 이성민은 늘 부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좀 더 나은 연기,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성민은 절박했고 그 절박함은 오늘날 <골든타임>에서 진짜 외상의학 의사로 빙의되는 '광기'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주위의 반대에 부닥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25년 동안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판 이성민이 뒤늦게라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큰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보답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성민과 가족들이 겪었던 힘든 나날들은 이성민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대학로나 지방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는 후배 배우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있어서 이성민은 포기하지 않고 연기에 정진하다보면 언젠가는 배고프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살아있는 표본이자 귀감이다. 아직도 자신의 인기가 실감나지 않고 과연 자신이 <힐링캠프>에 나올 위치가 되는지 반문한다는 이성민.

"배우는 미련하게 지치지 말고, 소 같이 묵묵하게, 칼 열심히 갈고, 언제든 기회여 나에게 와라." 말뿐만이 아닌 실제 그의 인생 그 자체였던 명언은 후배 배우들은 물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청운의 꿈을 품고 있는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한 시간 정도에 불과한 방송이었지만 그 어떤 거창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남는 것이 많았고 , <골든타임> 최인혁 못지않게 배우 이성민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힐링캠프-이성민 편>. 지금의 최인혁 교수가 있기까지 25년 적지 않은 세월, 생활고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텨야 했던 힘겨운 시간을 겪었던 만큼, 그의 포부대로 대중에게 기쁨과 슬픔, 때로는 분노를 선사하는 배우로 오래오래 사랑받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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