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영 KBS 이사장 ⓒ연합뉴스
이길영 KBS 이사장이 학력 조작 의혹의 구체적 물증이 잇따라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 "나는 학력을 조작한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퇴를 일축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길영 KBS 이사장이 학력을 조작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처음 공개된 시점은 지난 8월 27일이다. 당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결산보고 자리에서 서울 대신고등학교를 나온 이길영 이사장이 2005년 대구상고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으며, 1984년 발간된 대구상고 동문회 자료에도 버젓이 32회 졸업생으로 기재돼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된 것. 이길영 이사장이 받은 명예 졸업장에는 '본교에 입학하여 수학한 자로서'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으며, 당시 대구상고 동문회장의 명예졸업장 추천서에도 "57년 4월에 입학했으나 집안사정이 어려워 이듬해 4월 자퇴하게 됐다"고 명시돼 있다.

KBS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이길영 이사장은 KBS 재직 시절에도 사내에서 '대구상고 출신'으로 통했으나 1993년 KBS노보를 통해 '(이길영씨가) 지방 D직할시 명문D상고 출신으로 자처했다가 그 학교 출신 중간 간부가 확인해보니 (서울) 삼류D고교 출신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이 공개돼 망신을 사기도 했다.

▲ 대구상고 명예졸업장에는 이길영 이사장을 "본교에 입학하여 수학한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 이길영 이사장의 명예 졸업장 추천서. 이 추천서에는 이길영 이사장이 1957년 4월 6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재학했다고 기재돼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 경향신문사가 발행했던 '월간 정경문화 1984년 10월호' 312페이지에는 '대구상고 동문들의 현주소'가 게재돼 있다. 여기에 이길영 이사장은 당시 대구상고 출신 LA특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웅래 의원실)

대구상고 출신으로 행세하며 살아왔다는 의혹에 대한 이길영 이사장의 해명은 "대구상고 친구들이 많다" "대구상고 출신 친구들의 낚시 모임에 한 번 갔는데, (낚시 모임) 명단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문회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학력조작 의혹은 단순히 대구상고 사칭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이길영 이사장은 '각종학교'인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2007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2002년~2006년)에 지원하면서 이력서에는 '국민대학교 졸업'이라고 썼다.

▲ 이길영 이사장은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측에 제출한 이력서에서 자신의 학력을 '1971년 국민대 농경제학과 졸업'이라고 기재했다.

▲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를 지냈던 이길영 KBS 이사장이 지원할 당시 자신의 학력을 또 '국민대 졸업'이라고 허위 기재했음을 보여주는 문건. ⓒ최민희 의원실

이길영 이사장은 1995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했는데, 대학원 학적부상 '타학교 학사학위 취득여부'란에도 '국민산업학교'가 아닌 '국민대학교 졸업'으로 명시돼 있다. 한국신문방송연감에 수록된 언론인 인명록(2000년도, 2004년도), 문공부(현 문화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카드 원본에도 이길영 이사장의 대학 학력은 일관되게 '국민대학교'다.

▲ 이길영 KBS 이사장이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입학시 '국민대'를 졸업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배재정 의원실

▲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한국신문방송연감에 수록된 2000년도 '언론인 인명록'. 이길영 이사장의 대학 학력은 '국민대학교'로 나와 있다. ⓒ최민희 의원실

▲ 이길영 이사장이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문공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카드 원본 복사자료. 그러나 이 자료에도 이길영 이사장의 학력은 '국민산업학교'가 아닌 '국민대학 농업경영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길영 이사장은 "담당자의 실수"라거나, 본인의 이력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쓴 게 아니다" "나를 영입하기 위해 (나를 대신해) 직원들이 (이력서를) 만들 수 있다"는 황당한 해명만 내놓고 있어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KBS 보도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던 이길영 이사장이 KBS 재직 시절에도 고졸 학력을 대졸로 사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KBS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KBS사측이 이길영 이사장의 재직시절 인사기록카드를 '사적인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 부분도 베일에 싸여 있다.

남철우 KBS 새 노조 홍보국장은 "온갖 부정 의혹에 휩싸여있고 명확하게 해명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KBS 최고 의결기구의 수장으로 있는 것에 많은 KBS 직원들이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쪽 팔린다'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이길영 이사장이 학력조작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도 5일 보도자료를 내어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세상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력서가 어느 기관에 제출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인물이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다니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또, 최민희 의원은 "이길영 이사장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하직원에게 '사문서 위조죄'를 덮어 씌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길영 이사장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길영 이사장의 이력서를 대신 작성하고 '국민산업학교'를 '국민대학교'로 기재한 부하직원은 '사문서 위조죄'로 인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형법 제231조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