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서울시청 광장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든 적이 있었던가? 물론 월드컵 같은 축제 외에 한미 FTA 반대 촛불 시위, 언론사 노조 파업,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고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 등 굵직한 행사에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시청 광장에 자발적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거대한 전경차가 시민을 둘러싸 위협하는 이미지에 늘 경찰 추산 만 명 남짓이었고, 그간 서울 시청 광장은 무늬만 시민을 위한 광장일 뿐 ‘전시성’ 용도가 강해보였다. 결국 10년 만에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어떠한 이의 방해 없이(?) 수많은 이들을 서울 시청 광장으로 불러모은 이는 싸이가 최초인 셈이다.
싸이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주목하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약속되었던 한국 대학 축제를 돌아다니며 몸을 사리지 않는 혼신의 공연으로 해당 대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감동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10월 2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무료로 콘서트를 진행했던 싸이는 아예 스테이지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긴다. 물론 공연은 전액 무료다.
애초 서울시청 광장 공연은 싸이가 4일 발표된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로 등극했을 때 실행할 수 있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싸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서울 시청 광장에서 무료 공연을 펼치겠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싸이는 불과 ‘500점’ 차이로 2주 연속 빌보드 차트 2위에 머문다.
아쉽게도 빌보드 차트 1위를 놓쳤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싸이의 초연한 자세는 ‘이기는 결과’에만 관심 갖도록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들을 감동시킨다. 그래서 다음날 직장, 학교생활에 등에 큰 지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밤늦게까지 싸이와 함께 ‘서울스타일’을 부르짖는 데 흔쾌히 응한다. 싸이의 무료 공연을 적극 후원한 박원순 서울 시장 또한 대중교통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등 시민들이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일상이 ‘꿈만 같다’던 싸이는 서울시청 광장 주변을 빈틈없이 꽉 채운 인파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심으로 감격해했다. 그리고 그는 오직 자신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늦은 시간에도 기꺼이 자리에 동참해준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목 놓아 열창한다. 그리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아라리요’를 외친 싸이는 열띤 관객들의 호응에 믿을 수 없다는 등 감동의 눈물까지 훔친다. 더 나아가 관객들과 함께 부른 ‘낙원’ 노래가 끝날 무렵에는 아예 관객들 앞에 무릎을 꿇고는 지긋이 관객들을 바라본다. 미국 빌보드 차트 1위하면 이행하겠다는 상의 탈의는 기본이다.
그의 바람대로 시청 광장 역사상 가장 큰 쇼를 보여줌은 물론 2002년 이래 가장 뿌듯했던 역사를 재창조한 싸이. 2012년 대한민국 문화사를 다시 씀과 동시에 2002년 이후 발산할 일이 없었던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패기를 재확인시켜준 싸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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