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김성주편
5월21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김성주편 가운데 한 장면입니다.

김성주 전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이죠. 이후 최근 <명랑히어로>로 ‘복귀’하기 전까지 MBC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 전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을 두고 MBC 안팎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는데, ‘1년 간 무소식’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일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그 논란을 다시 언급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국 아나운서들의 현실과 이상에 대한 부분은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폴리널리스트 그리고 프리선언한 아나운서

먼저 지난 대선과 총선을 전후해 논란을 일으킨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총선과 대선을 치를 때마다 항상 비난을 받았던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논란을 먼저 거론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폴리널리스트를 두둔할 마음이 전혀 없고, 그들에 대한 세간의 비판 역시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객관적인 것처럼 보도를 하다가 하루 아침에 특정 정당의 소속원으로 변신하는 것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그들을 변호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사실 기자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정치권이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한번 보세요. 정치권에 명함 내미는 언론인들의 대다수는 이른바 잘나가는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죠. 그들이 언론 현직에 있을 때 쓴 기사들을 살펴봐도 문제가 될 만한 것들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하게 되더군요. 과연 기자라는 직업이 희망적인가. 전망도 불확실하고 퇴직 이후의 삶도 불안정한 그런 ‘기자질’을 하다가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예전에는 정말 갈 곳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정부부처 공보관은 기본이고 기업체 홍보실로 이직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자직에 대한 평가가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적인 시선 역시 예전에 비해 곱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외부에서 보면 화려한 직업인 것 같지만 정작 실속은 별로 없습니다. 기자들 사이에 자조적으로 새로운 ‘3D직종’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폴리널리스트로 인해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하락하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하향곡선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지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폴리널리스트 문제를 ‘떠나는’ 개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을 비난할 경우 속은 시원하겠지만 모든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차원에서만 언급하는 건 온당치 못합니다. 언론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도적 개선책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언론인’ 아나운서와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김성주편
저는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의 문제로 본질적으로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이 전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경우 한국 방송계가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들이 아나운서들에 대한 묘한 이중적 기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서는 아나운서를, 뉴스를 진행하는 언론인의 범주에 포함시키다가도 다른 한편에서는 예능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망가지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한때 ‘아나테인너’라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요. 전 이런 단어가 등장하게 된 것도 대중의 ‘이중적인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요.

사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와 예능에 출연하는 아나운서의 역할이 다르죠. 저는 바로 그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일정하게 방송사 내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일반 대중들의 아나운서에 대한 ‘이중적 기준’을 어떤 식으로든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거든요. 대중의 일희일비에 대응하다가 결국 망가지는 건 아나운서 개인들이고 돌아오는 건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하락 아닐까요.

21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성주 전 아나운서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가 ‘예능프로그램을 하면서 발견한 예능MC의 꿈’을 얘기했을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꿈’을 MBC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만 너무 소진하지는 않았을까. 그 이전에 과연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쟁력 있는 아나운서들에 대한 내부적인 지원 시스템을 제대로 고민이나 한 것일까. 너무 ‘조직에 속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한 건 아닐까 등등.

물론 그가 MBC를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실수’까지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도적인 지원 시스템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아마 ‘제2의 김성주’는 또 등장하겠지요. 그건 ‘제2의 김성주’ 개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고, 한국 방송계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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