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영 이사장이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소명자료
이길영 KBS 이사장이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이력서에서 '국민대학교 졸업'으로 수 차례 기재한 것에 대해 "내가 쓴 게 아니다"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한 가운데, 이길영 이사장 본인이 유일하게 자신이 썼다고 인정한 문화공보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카드 원본에도 '국민대학교 졸업'으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결산보고에 출석한 이길영 이사장은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문화부(구 문공부) 인사과로부터 이길영 이사장의 문공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 카드를 제출받은 결과 '국민대학교 졸업'이라고 학력이 허위로 기재돼 있음을 지적하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제가 어떤 처벌이라도 받겠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강동원 통합진보당 의원이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길영 이사장은 "사퇴보다 더한 어떤 형사 처벌이라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길영 이사장은 KBS 결산보고 나흘 뒤인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소명자료에서 "국회에 제출된 문공부 인사기록 자료에 졸업대학이 '국민대'라고만 적혀있는 것은 문화부 직원이 인사기록 원본을 보고 국회 제출용 요약자료를 만들 때, 인사기록 원본에 기재돼 있는 '산업대학'이라는 내용을 빠뜨리고 작성한 실수 때문"이라며 인사기록카드 원본을 복사한 자료를 제출했으나, 이 자료 역시 이길영 이사장의 학력이 '국민산업학교'가 아닌 '국민대학 농업경영과 졸업(산업대학)'으로 기재돼 있다. 학력 조작 의혹에 대해 '담당자의 실수'라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국회에 증거 자료를 제출했으나, 그동안 유일하게 자신이 썼다고 인정해온 문공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자료의 원본 역시 학력이 허위로 기재돼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학력 조작이 사실이라면) 사퇴보다 더한 어떤 형사처벌이라도 받겠다"던 이길영 이사장은 여전히 "학력을 조작한 적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길영 이사장은 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공부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할 때도 '산업대학'이 빠진 채 '국민대학교 졸업'으로 나가서 국회에서 굉장히 논란이 됐었다. 때문에 저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학력조작이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오해하지 말아달라"고만 말했다.

▲ 이길영 이사장이 국회에 제출한, 문공부 직원 시절 인사기록카드 원본 복사자료. 그러나 이 자료에도 이길영 이사장의 학력은 '국민산업학교'가 아닌 '국민대학 농업경영과'로 기재돼 있다.

학력조작의 증거가 잇따라 공개됨에도 불구하고 이길영 이사장이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것에 대해 KBS 내부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S 새 노조는 이길영 이사장이 과거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직에 지원하며 제출한 이력서에도 '국민대학교'라고 기재된 것에 대해 "본인이 아니더라도 나를 영입하기 위해 (나를 대신해) 직원들이 이력서를 만들 수 있다"고 발뺌한 것과 관련해 4일 성명을 내어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껴진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세상에 누군가 몰래 이력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자리가 좋고 명예가 좋아도 그렇지, 정말로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며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KBS의 명예에 먹칠하지 말고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주기를 정중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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