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서 수입이 금지된 광우병위험물질(SRM)인 등뼈가 또 검출됐다.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5일 미국 대형육류생산업체 스위프트사로부터 지난달 7일 수입돼 검역과정을 거치던 쇠고기 18.5t(618상자)에서 등뼈로 채워진 상자가 1개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전체에 대한 검역 중단과 함께 현지 수출선적 금지조치를 취했다. 수출선적 금지조치는 이미 반입된 모든 쇠고기 물량을 모두 반송조치 하는 수입중단보다 낮은 단계의 제재다.

▲ 조선일보 10월6일자 2면.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8월1일 미카길사 제품에서 처음으로 등뼈가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한동안 중단된 적이 있다.

국내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문제는 일단 ‘뒷전’인 언론

등뼈가 발견된 것이 두 번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까. 경제지들은 서울경제를 제외하곤 오늘자(6일)에서 이 사안을 그렇게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오늘자(6일)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등뼈는 아니지만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상 수입이 금지된 갈비통뼈가 발견된 것도 무려 9건이나 된다.” “작은 뼛조각이나 금속 같은 이물질, 검역증 표시 위반 사례 등을 모두 합치면 1년간 위생조건 위반 건수가 200건을 넘는다.”

▲ 한겨레 10월6일자 29면.
사실 이 정도 되면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검역 중단과 함께 현지 수출선적 금지조치 정도로 끝낼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관련 규정도 있다. 규정 위반이 광범위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수입위생조건 21조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처사는 미온적이다. 오늘자(6일) 신문에 보도된 정부의 태도를 보면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미국이 한미FTA 비준 동의안과 연계해 ‘LA 갈비’ 수입을 계속 압박하고 있어 검역 및 선적중단 조치를 오래 끌기엔 부담이 있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타해야 하지만 미온적 태도로 일관

이쯤 되면 강도 높은 정부 비판이 이어져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비판의 강도는 세어져야 한다.

▲ 한국경제 10월6일자 1면.

한겨레가 지적했듯이 “정부는 등골뼈가 처음 발견된 지난 8월 초 중단된 검역을 같은 달 27일 재개하면서, 다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나오더라도 수입 중단이 아닌 검역 중단만 취한 뒤 새 수입위생조건 협상 체결 뒤 검역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수입 전면 중단을 취해도 시원찮을 판에 도리어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수입조건을 ‘하향 평준화’ 시키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배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내부적인 속사정은 또 무언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지들은 아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거나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머니투데이는 아예 사안 자체를 6일자 신문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파이낸셜뉴스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한국경제의 경우 아예 1면에서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미 소갈비 수입 내달 허용될 듯>. ‘진상’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의 제목이다.

중앙일보의 ‘한심한’ 제목 달기

하지만 오늘자(6일) 신문에서 가장 '압권'은 중앙일보다. 중앙은 이날 8면에서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전면 중단하고, 미국 측에 쇠고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면서 “이에 따라 올해 안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반입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10월6일자 8면.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지만 중앙은 이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미국산 쇠고기 올해는 못 먹는다>. 광우병위험물질이 발견된 것보다 미국산 쇠고기를 올해 못 먹는다는 점을 중앙은 더 강조한 셈이다.

그렇게 미국산 쇠고기가 먹고 싶은 걸까. 그럼 이렇게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검역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와 현지 수출선적이 중단된 쇠고기 모두를 기사 제목을 단 ‘기자’에게 갖다 주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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