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우회적 사퇴 요구에 대해 "2014년 임기까지 그만두지 않겠다"며 거부한 가운데, 18일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촉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부산일보 출신의 배재정 의원이 1인시위에 나선 이유는 "정수장학회로 인해 촉발된 부산일보 사태가 임계점에 이르러 많은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정치권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함.

▲ 18일 정오, 정수장학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배재정 의원의 모습.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는 내부 구성원들과 회사측의 갈등으로 인해 신문 발행이 하루 중단되고 정치ㆍ사회부장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당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길거리 편집국'을 운영해온 이정호 편집국장의 해임이 점쳐지고 있다.

배재정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최필립 이사장 한 명이 사퇴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고 '정수'라는 명칭을 변경하는 등 환골탈태해야 한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에 대해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선언도 있어야 한다"며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1989년 12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부산일보 기자로 재직했던 배재정 의원은 "부산일보 경영진이 신문의 미래를 도모하기 보다 정수장학회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은 부산일보의 고질적인 문제다. 1990년대는 신문의 호황기였고, 부산일보 역시 아주 호황세였으나 경영진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 보다 정수장학회 입만 바라보면서 주먹구구식 운영을 해왔다"며 "저를 비롯해서 부산일보 출신들이 분노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구조를 만든 정수장학회, 그리고 10년간 이사장직을 맡았던 박근혜 후보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박근혜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시위의 이유에 대해 말해달라.

"부산일보 사태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현재 부산일보 편집국장이 몇 달째 길거리 편집국을 운영하는 등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치권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게 됐다.

정수장학회는 단지 부산일보만이 아니라 MBC, 경향신문과도 관련있다. 언론의 독립성 뿐만 아니라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도 해결하고 가는 게 맞지 않나. 박근혜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한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 지난 10개월 간 부산일보에서는 신문발행이 하루 중단되고, 노조위원장이 해고되고, 편집국장이 대기발령되는 등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다음달에는 이정호 편집국장의 해임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민주통합당으로부터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이유로 비례대표직을 제의받았을 당시, 제의를 수락한 결정적 배경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가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이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짐이 크고 답답하다.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위해 결의안도 내고 이런저런 활동을 해왔으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빨리 박근혜 후보가 결자해지 했으면 한다."

- 최필립 이사장은 박근혜 후보의 사퇴 요구에 '정수장학회가 정치적으로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한 발언일 것이다' '퇴진요구로 보지도 않는다'며 거부했는데.

"워낙 박근혜 후보가 모호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그런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 본다. 그동안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와서 직접 사퇴를 요구하는 게 모순적이라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것 같다. 박근혜 후보의 딜레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그런 모호함을 의도한 건지, 최필립 이사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인지 자체를 잘 모르겠다. 이번 일을 두고,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도 나오지 않나. 박근혜 후보의 '불통'이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최필립 이사장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최필립 이사장은 박근혜 후보를 위해 살아있는 한 정수장학회를 지키는 것을 본인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사람 아닌가? 본인의 왜곡된 가치관으로 정수장학회를 계속 움켜쥐고 있을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길 바란다."

- 부산일보에서 근무할 때,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편집권 독립을 침해당하는 경험을 한 적 있나?

"박근혜 후보가 정치인이 된 이후 선거 때마다 '부산일보가 박근혜 편 든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가 직접적으로 편집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경영진을 통해서 간섭하는 구조다.

1990년대는 신문의 호황기였고, 부산일보 역시 아주 호황세였으나 경영진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 보다 정수장학회 입만 바라보면서 주먹구구식 운영을 해왔다. 내가 입사했던 1989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부산일보의 고질적인 문제다. 저를 비롯해서 부산일보 출신들이 분노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경영진이 신문의 미래를 도모하기 보다 정수장학회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 구조 말이다. 이 구조를 만든 정수장학회, 그리고 10년간 이사장직을 맡았던 박근혜 후보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사회환원의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서는 고 김지태씨 유족과 동일한 입장인 것인가?

"전체적으로 이사진을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유족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다만, 사회환원을 어느 수준으로까지 할지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최필립 이사장 한명이 사퇴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나. '정수'라는 명칭도 변경하는 등 정수장학회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후보가 1989년도에 MBC <박경재의 시사토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최근 화제가 되었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과연 이 나라가 어떻게 변할지 매우 심각하게 우려된다. 최근 교과부 장관이 국정 교과서의 내용을 직접 고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입법예고됐는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측근을 교과부 장관에 임명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교과서부터 바꾸려 하지 않겠나. 국회의원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다."

-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촉구를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이 곧 이정호 편집국장을 격려방문할 예정이고, 정확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꾸린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공대위'와 계속 손발을 맞춰가며 사회 환원을 압박해나갈 것이고,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위한 특별법 발의도 고민하고 있다. 영남대 문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같이 묶어서 해야 하나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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