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중국, 러시아, 브라질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며 세계 경제의 핵으로 급부상 중인 인도의 저력은 광활한 땅에 풍부한 자원, 인구도 한 몫 하지만 무엇보다 수학, 과학에 능한 정상급 엔지니어들에게 있다.

수학의 기원지 후손답게 머리도 좋고 영어에도 능통한 인도 수재들은 세계 각국에 진출하여 자신들의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실리콘밸리엔 인도 출신 사장 혹은 간부급 엔지니어가 많아 본토 미국인들이 인도식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토픽감이 아닐 정도이다.

세계 IT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도인들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인도인들의 영특한 두뇌를 부러워하던 이들에게 인도 교육의 허상을 제대로 일깨워준 영화 한 편이 있었으니, 지금도 한국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세 얼간이>이다.

인도에서 최고 천재들만 갈 수 있다는 일류 명문대 ICE는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대학교들과 불행히도 참 많이 닮아 있었다. 학교가 시키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대신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란초(아미르 칸)는 어쩌면 인도보다 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한국인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 란초, 아미르 칸이 어느덧 학교 선생이 되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인 <지상의 별처럼>과 함께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이샨(다쉴 사페리)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다. 물 속의 물고기는 이샨의 눈 속에서 친구가 되고 숫자와 글자들은 이샨의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은 이런 이샨의 남다른 상상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의 눈에 전교 1등을 독차지하는 영특한 형과 다른 이샨은 학습 능력이 부진하고 산만한 문제아일 뿐이다.

이샨이 3학년을 2년씩이나 유급당할 처지에 놓이자, 이샨의 아버지는 이샨을 엄격한 기숙학교를 보내 아들의 ‘헤이한 기강’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러나 이샨은 낯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해야 하는 외로움과 예전 학교보다 자신을 더욱 바보로 몰아가는 학교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버린다.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샨을 다그치거나 달래기만 급급할 뿐, 이샨의 진짜 문제에 관심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억압적인 미술 선생님을 대신하여 이샨의 기숙학교에 새로 부임한 니쿰브(아미르 칸)은 여타 어른들과 달랐다. 니쿰브는 난독증에 걸린 이샨의 정확한 문제를 알고 있었고 그에 맞게 이샨을 가르쳐야 한다고 부모님과 학교를 설득시킨다.

‘질서, 기강, 노력’이란 성공의 3대 요소를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주입시킨 학교도 결국 니쿰브의 끈질긴 설득에 감화 받았고, 니쿰브의 지도하에 이샨은 더 이상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천재성이 다분한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로 탈바꿈한다.

<세 얼간이>의 란초가 그랬듯이, <지상의 별처럼>의 니쿰브는 경쟁과 입시 교육을 최우선의 과제로 여기는 인도 교육에 경종을 울린다. 아무르 칸은 난독증을 앓고 있지만 이면에 숨겨진 재능이 더욱 눈부신 이샨을 통해 획일화를 지향하는 인도 교육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한 모든 아이들은 다 같을 수 없으며 아이들의 꿈과 재능에 맞게 다양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세상 아이들은 모두 다 특별하다”는 니쿰브의 메시지는 인도뿐만 아니라 국영수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강요하면서 ‘아인슈타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급 천재가 나오길 기대하는 대한민국 어르신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하면서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하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서 아이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에디슨, 피카소는 남들보다 뒤떨어진 정신 산만에 주의 결핍을 자랑하는 학습 부진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내 자식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수재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학부모들. 그리고 아이들 간의 차이와 각각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고 오직 ‘성적’으로만 저울질하고 줄 세우기에 급급한 어르신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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