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오늘자(20일) 만평에서 청개구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습니다. 한 ‘동물’과 전직 대통령을 동원해 조선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조선일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간의 ‘관계’는 굳이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지요. ‘청개구리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조선의 등식에 이의를 제기하고픈 마음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심을 모으는 건, 이 범주에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청개구리 두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만평은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운하를 ‘붙잡고’ 있는 이 대통령을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조선일보 5월20일자 '만평'.
만평과 사설 통해 이명박 대통령 비판한 조선일보

오늘자(20일) 조선일보에서 만평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곳은 사설인 것 같습니다. <국민을 뭐로 보고 이러는 건가>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지난 19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문제 삼고 있는데 톤이 좀 셉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강 대표는 대통령에게는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해 ‘누를 끼쳤다’며 사과했으면서도 정작 나랏일이 언제나 제대로 풀리려나 걱정하면서 이날 회동을 지켜봐 온 국민에겐 죄송하다는 한마디도 없었다. 하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의 소통도 이 모양인 집권 세력이니 국민과의 소통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 정치적 장래를 생각하고 있는 강 대표가 대통령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국정 쇄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무언가 해법이 나올까 기대했던 국민들만 헛물을 켠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정례회동은 무엇 하러 하는지 모를 일이다.”

제가 주목한 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의 소통도 이 모양인 집권 세력이니 국민과의 소통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부분입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코드’를 같이 하는 장관과 정당간의 소통도 ‘거부하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게 가능할까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색깔론이 나오고 반미가 나오고 배후세력을 추적하겠다는 엄포가 나오는 겁니다.

▲ 조선일보 5월20일자 사설.
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상황인식을 봤을 때 조선일보는 현재 상황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위기죠. 정례회동을 이런 식으로 하려면 할 필요 없다는 조선일보의 판단은 분명 옳은 지적입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던 조선일보가 이런 식의 비판을 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지적 자체는 맞지요.

이명박 대통령,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사실 오늘자(20일) 조선일보 만평과 사설을 보며 ‘오죽 답답했으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동아일보에는 이런 식의 비판이 없습니다. 청와대 정례회동에 대한 기사의 비중도 적고, ‘별도’의 논평 같은 건 아예 없습니다. 이게 조선과 ‘그들’의 차이인가, 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내에서 이 대통령과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한 인사는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소통은 때론 직언도 하고, 얼굴도 붉히면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말하는 건데 과연 현 정부에서 이 대통령에게 이런 식의 소통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대통령과의 제대로 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실패했으니 자기라도 나서야겠다, 이런 차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소통을 시도하려는 자체를 폄하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경향신문과 한겨레 그리고 다른 ‘비판적인 매체’들도 지금까지 이 대통령과 정부와 소통을 시도해 왔지만, 지금 정부 인사들은 이들 언론에 대한 ‘선입견’이 지나치게 많아서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그랬다지요. ‘원래 그런 언론’이라고. 이러니 소통이 될 리가 없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