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MBC <뉴스데스크> ‘국방부 속앓이’ 리포트 가운데 한 장면이다.

MBC의 이 리포트는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한 논란을 다루고 있는데 정작 주요하게 살펴야 할 요소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의 문제점이다. 일단 ‘논란’이 된 부분을 인용한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항공기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대통령은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외국귀빈을 태운 항공기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말문이 막힌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10년 이상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건물이 너무 높고 서울공항 착륙 항로와 가까워 악천후시 전투기가 계기비행을 할 때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공항은 외국귀빈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로선 안전문제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국방부 장관이 이 같은 점을 언급하며 ‘건설 불가’를 넌지시 전한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답한다.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동문서답에서 안전에 대한 개념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백 번을 양보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걸 인정한다고 치자. 그럼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제2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만약 1년에 한두 번 오는 외국귀빈 항공기 안전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인데 문제는 이 사안이 이 대통령에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NO를 외칠 수 있는 정부 인사는 누굴까

▲ 5월19일 MBC <뉴스데스크> '문책 없을 듯' 리포트.
이 대통령의 소통방식의 문제점은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가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애초 문제 인사 교체를 포함해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소통을 위한 정책특보 신설 등의 국정쇄신 방안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는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로 정리됐다. 용두사미다.

관련해서 MBC <뉴스데스크>는 “청와대가 쇄신안 내용을 못마땅해 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소통을 거부한 셈인데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드’를 같이 하는 장관과 정당간의 소통도 ‘거부하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어렵다. 총선 직전 폐지했던 대운하 전담기구인 ‘국책사업지원단’이 비밀리에(?) 부활해 대운하 실무 검토를 벌이고 있다는 지난 19일자 한겨레 보도는 이명박 정부 소통 방식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통이 불가능하면 색안경이 동원된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제기하는 시민들의 ‘항의’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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