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조기사퇴 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는 가운데 KBS 이사회가 20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KBS 이사회 간담회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 논의를 제기한 한나라당 성향의 일부 이사들이 오는 20일 오전 10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이날 임시 이사회는 'KBS 당면 현안 논의'가 안건으로 명시돼 있으나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이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체 이사 11명 가운데 재적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결의안이 이날 실제 상정돼 통과될 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김금수 KBS 이사장을 비롯해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에 반대하는 이사들은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미디어스
KBS 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KBS 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으나 면직에 대한 권한은 없다. 그렇지만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연주 사장을 임명제청한 현 이사회가 그에 대한 사퇴 권고를 결의할 경우 그 파장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주 사장의 조기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이같은 움직임은 현 정권에 의한 KBS 이사회 장악으로 표출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뾰족한 변화가 없자 본격적으로 KBS 이사회 등을 동원한 구체적인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우선 KBS 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전 공동대표)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동의대가 직접 나서 이사 사퇴를 강요하는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관련기사 'KBS 이사 퇴진 압력에 교육부까지 동원')

신태섭 이사는 그동안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정권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란 시각이 중론이다. 따라서 신 이사에 대한 사퇴 압력은 정 사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KBS 이사회 구성을 한나라당과 현 정권에 유리한 인사들로 채우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지난달 29일 방석호 홍익대 교수를 지난 3월 사퇴한 조상기 KBS 이사 후임으로 선임했다. 방 교수는 지난 2006년 11월 정연주 사장 재선임을 비판하며 전격 사퇴했던 인물이어서 그의 복귀는 KBS 이사회 '새판짜기'의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3일 KBS 이사회 간담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일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KBS 사장의 조기 사퇴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정권 차원의 '부적절한' 압력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19일 '구시대적인 공영방송 장악시도 즉각 중단하라' 제목을 성명을 내고 "지난 1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김금수 KBS 이사장과 만나 정연주 KBS 사장의 조기 사퇴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을 요구하고, KBS 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는 학교 측으로부터 '이사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가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퇴권고 결의안'을 의결하게 만들기 위해 신 교수를 KBS 이사에서 사퇴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 때문에 대학과 교육부까지 동원해 압박에 나섰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정연주 KBS사장 ⓒKBS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영방송 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비상식적인 압력까지 가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방송 독립성을 앞장서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이사회의 수장에게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의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이라며 "어떤 정부도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비정상적이고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임기가 보장돼 있는 정연주 사장 퇴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KBS 내부 직능단체인 KBS경영협회·기자협회·PD협회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KBS를 장악하려는 사악한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광우병 파동으로 급전직하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에 대한 책임을 KBS와 정연주 사장에게 겨누고 있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하루빨리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KBS를 권력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며 "사욕에 눈이 멀어, 시민사회의 가치와 자산을 팔아넘기려는 자들은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진정한 민주사회의 건설을 열망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그리고 KBS 구성원들로부터 엄중한 비판과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KBS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안' 상정을 위한 임시이사회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도 "KBS 이사회가 본분에 맞게 시대적 소임을 충실히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 국면은 역사적으로 매우 결정적인 중요한 시기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해야 하는 시기이다. KBS 이사회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본으로 해서 그러한 여건을 조성하고 지켜줘야 할 책무가 있다"며 "지금 국면에서 KBS 이사들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면 역사적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은 지금 KBS 이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